문화·스포츠 문화

[토요워치] "집 팔아 전세로 옮기고 남은 돈으론 오디오 샀죠"

오디오 마니아 그들만의 세상

네이버 대표 오디오 동호회 카페인 ‘하이파이코리아 오디오’ 오프라인 모임 현장  /사진제공=하이파이코리아 오디오네이버 대표 오디오 동호회 카페인 ‘하이파이코리아 오디오’ 오프라인 모임 현장 /사진제공=하이파이코리아 오디오



“스피커 회사 차려 망해도 봤지만

오디오 만난 것 한번도 후회 안해”


“오디오를 하도 많이 사서 와이프가 견디지 못하고 이혼한 사람도 있고 더 좋은 오디오를 사려고 집을 팔아 전세로 옮기는 사람도 봤습니다. 저는 스피커 만드는 회사를 차렸다가 망하기도 했어요. 미쳤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만큼 오디오의 매력이 깊은 것 같습니다.”

‘오디오 마니아 바이블’ ‘오디오 마니아 매뉴얼’ ‘어느 날, 내가 오디오에 미쳤습니다’ 등 오디오 전문 책을 출간한 ‘오디오 마니아’ 황준 황준도시건축사무소장은 오디오를 만나고 후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한다.


황 소장은 오디오 마니아가 된 계기에 대해 “좋은 음질로 음악을 즐기고 싶다는 데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한 번 좋은 오디오로 음악을 들은 후에는 예전 제품이 고장 난 것처럼 들려 더 이상 즐길 수 없었다는 것. 그렇게 시작된 오디오 사랑은 30년 넘게 이어졌다. 그는 오디오로 음악을 들으면서 ‘포커싱’이 잡히는 순간에 악기의 위치가 보인다고 말한다. 드럼·색소폰 등이 연주되는 위치가 보이고 무대까지 그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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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의 오디오 전시장이자 시청실인 오드메종 /사진=오드메종 홈페이지세계 최대 규모의 오디오 전시장이자 시청실인 오드메종 /사진=오드메종 홈페이지


네이버 대표 오디오 동호회 카페인 ‘하이파이코리아 오디오’ 운영자 최성호씨는 “오디오 취미는 단순히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듣는다는 것을 넘어 나의 공간에서 나만의 소리를 만들어가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하이파이코리아 오디오는 지난 2011년 7월 개설돼 7년째 회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카페 회원 수는 현재 1만7,000명 정도로 매일 10~20명이 새롭게 가입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기모임이 30회 정도 진행됐고 강의나 오디오 비교 등을 위해 10~30여명이 한 달에 1~2회 정도 꾸준히 모이고 있다.

오디오 마니아는 한 제품을 꾸준히 쓰기보다 자주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점점 더 좋은 스피커로 업그레이드하는 경우가 많고 비슷한 다른 제품으로 바꾸는 ‘옆그레이드’를 하기도 한다. 오디오의 재미있는 점은 비싼 제품이 무조건 좋은 소리를 낸다기보다 제품마다 내는 소리가 다르다는 것이다. 시원한 소리, 따뜻한 소리 등 미묘한 차이가 있다.

앰프와 스피커를 원하는 대로 매칭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소리를 낼 수도 있다. 다양한 앰프 회사와 스피커 회사가 있는데 앰프와 스피커가 세트로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따로 판매되는 앰프와 스피커가 잘 맞을 수도, 잘 안 맞을 수도 있다. 각 앰프와 스피커를 붙여보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에 여러 경우의 수를 직접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최 운영자는 “현장을 느끼는 것을 넘어 나만의 튜닝으로 내가 좋아하는 현의 미묘한 소리, 저음의 통울림, 사람 목소리의 가녀린 떨림, 녹음 주변의 공기감이나 잔향 등 앨범 깊숙이 숨어 있는 소리를 찾아내고 즐기고 공감하는 순간 나는 객석이 아닌 무대에 있는 사람과 하나가 된 황홀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디오를 즐기기 위해서는 넓은 공간이 필수가 아닐까. 황 소장은 “일본 사람들이 그 편견을 바꿨다”고 설명한다. 작은 방에 넓은 공간에나 들어갈 법한 큰 오디오를 두고 음악을 즐기면 그대로의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음질을 즐길 수 있는 전문 공간도 있다. 건축가인 황 소장은 지금은 사라졌지만 국내 최초의 오디오 청취 공간인 광원아트홀을 직접 설계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오드메종은 세계 최대 규모의 오디오 전시장이자 시청실로 오디오 마니아들 사이에서 하이엔드 오디오 제품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유명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오디오 전시장이자 시청실인 오드메종 /사진=오드메종 홈페이지세계 최대 규모의 오디오 전시장이자 시청실인 오드메종 /사진=오드메종 홈페이지


하지만 오디오 마니아 수는 10년 전에 정점을 찍고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황 소장은 전한다. 혼자 좁은 공간에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오디오 대신 헤드폰·이어폰 사용자가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오디오를 즐기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많은 오디오 회사들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다만 황 소장은 “오디오에 한 번 빠지면 영원한 마니아가 된다”며 오디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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