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반도24시] 대북제재 해제의 조건과 시점

오준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전 유엔대사

회담 성공평가 향후 경과에 달려

北, 진정성 있는 CVID 나선다면

韓도 美동향 따라 '당근' 고려할만

오준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전 유엔대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초로 만난 6·12 정상회담은 ‘역사적’이라는 수식어가 잘 맞는 것 같다. 그런데 미국 정치계, 언론, 전문가의 평가는 긍정적이기보다 비판적인 경우가 많아 보인다. 핵심목표인 북한 비핵화에 있어 별 성과 없이 북한에 양보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북미 정상회담 자체의 역사적 의미가 중요하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여만으로도 환영할 일이다. 불과 6개월 전 ‘핵 버튼’을 갖고 서로 위협하던 두 정상이 악수와 웃음을 교환하게 됨으로써 한반도에서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분명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나오고 있는 비판적 평가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괄호 속은 그에 대한 미 정부 인사 또는 전문가의 반론이다.


-센토사 공동 합의에 담긴 비핵화 합의, 즉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공약한다”는 내용은 과거 1994년 제네바 합의 또는 2005년 9·19 공동성명보다도 빈약해 북한의 과거 행적을 볼 때 이런 합의로 실제 비핵화가 될지 불투명하다. (북한이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 나오게 된 배경이 된 강력한 압박과 제재 등임을 감안할 때 과거 합의와 다른 상황이며 합의 내용은 앞으로 북미 간 후속 협상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구체화 될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 정부 인사가 센토사 회담 직전까지도 강조하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공동선언에 담기지 못했으므로 미측의 협상실패다. (합의 상의 ‘완전한 비핵화’가 CVID를 함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의 의전이나 김정은에 대한 찬사를 통해 인권을 탄압하는 독재국가인 북한에 대해 국제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인상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적인 언사를 구사할 때는 미북 대화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협상할 때 상대방을 칭찬해주고 성공적 결과를 미리 과장함으로써 상대 측에 부담을 지우는 것은 저서 ‘협상의 기술’에도 나오는 트럼프의 독특한 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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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한미군사훈련 중지’, 북한 언론이 보도한 ‘대북제재 해제 가능성’ 등은 미측이 미리 양보하는 모양이 돼 잘못됐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앞으로 최소한의 양보를 하면서 트럼프가 말한 것들을 당연히 요구할 것이므로 미국은 협상의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 (북한도 합의에 담지 않은 비핵화 조치를 약속했고 곧 시행할 것이다. 한미군사훈련을 중지하면 미국은 예산 절감이 가능하다. 제재는 북핵이 위협요인이 아닐 때 해제될 것이다.)

이처럼 같은 결과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보면 결국 북미 정상회담의 비핵화 합의가 성공적일 것이냐 여부는 앞으로의 과정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그러한 관점에서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고 본다.

첫째, 대북제재의 해제 시점이다. 북한이 핵 개발에서 대화로 선회한 가장 큰 요인이 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라고 볼 때 어떠한 요건이 충족될 때 제재가 해제될 것이냐는 핵심적으로 중요하다.

둘째, 미국 국내 정치와 여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지도자를 만난, 그리고 북핵 문제를 해결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도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목표까지 이루려면 진정한 북한 비핵화를 실현해야 한다. 트럼프가 정치적 목적으로 불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제재 해제와 같은 보상을 줄까 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현재 미국 내 정치적 대립과 논의 동향을 보면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셋째, 우리나라의 역할이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비핵화가 가져올 혜택을 가장 현실적으로 제시해 줄 수 있는 입장에 있다. 그러한 점을 최대한 활용해 북한의 비핵화와 그에 따른 제재 해제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없이도 혜택을 먼저 누릴 수 있다는 착각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 뜻에서 앞으로의 과정에 대비하는 데 현재 미국 내의 논의를 주시하고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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