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매달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에서 한국이 지난 2월 100 미만의 부진한 수치를 보였을 때 정부는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선행지수는 향후 경기 국면을 예측하는 지표인데 최소 6개월 이상은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경제는 아직까지 탄탄한 개선 흐름에 있다고 봐야 한다”는 진단도 곁들였다.
하지만 한국의 선행지수는 2월 이후에도 내리막길을 걸었고 4월엔 99.5까지 떨어졌다. 2013년 1월(99.4) 이후 5년 2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선행지수는 작년 2~5월 100.9로 정점을 찍은 뒤 한 번의 반등 없이 1년 내내 내림세다.
특히 한국이 4월 기록한 선행지수 99.5는 OECD 32개 국가 가운데 24위 수준이다. 우리 아래에는 금융 불안을 겪는 터키(99.2), 영국(99.0) 등 8개 나라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비교해도 한국의 경기 하강이 두드러진다는 얘기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경기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주요 경제기관 분석 역시 경기 하락을 가리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올 4월 100으로 전달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1월 100.8을 찍은 뒤 세 달 연속 감소 흐름이다. 미국의 민간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의 분석에서도 한국의 선행지수(LEI)는 올해 1월 103.5 → 2월 102.3 → 3월 103.6 → 4월 102.8 등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문제는 세계 경기마저 하락 징후를 보이고 있어 수출 주도 경제인 한국이 기댈곳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기가 후퇴하면 반도체 수출 하나에 의존해 온 한국 경제에는 치명적이다. 특히 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요국들의 경기가 불안하다.
실제 OECD가 미국·영국·일본·독일·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 등 주요 7개국 가운데 ‘견고한 성장 흐름’이라는 평가를 내린 곳은 미국과 일본 2곳에 그쳤다. 나머지는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프랑스의 경기선행지수는 올 1월 100.2에서 4월 99.8로 떨어졌다. 독일과 캐나다, 영국 등도 같은 기간 지수가 0.3~0.5포인트 하락했다. 긍정 평가를 받은 일본도 선행지수가 미약하게나마 줄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국 외에는 경기가 확실히 좋다고 할 수 있는 나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나아지려면 시장의 투자심리가 살아나야 하는데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 비용을 높이고 투자의욕을 꺾는 정책이 줄을 잇고 있어 걱정”이라며 “과감한 규제개선을 통한 투자 활성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속도 조절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