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는 확연히 분위기가 다릅니다. 구체적으로 북한 투자전망을 묻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 설립된 북한 투자전략 리서치팀을 이끌고 있는 유승민 삼성증권 팀장(이사·사진)은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표현했다. 특히 체제를 존속하려는 김정은의 ‘오너십’이 개혁·개방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유 팀장은 “북한에 300개 이상의 장마당이 있다고 알려진 게 2년 전이고 지금은 더 늘었을 것”이라며 “김정은을 돌아 세운 근본적인 원인은 시장경제를 접한 북한 주민들의 ‘내부 압력’이고 이것이 남북 경제협력을 단기 테마가 아닌 장기 이슈로 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100% 신뢰할 수는 없겠지만 그보다 북한의 대내외 여건이 이처럼 변하고 있다는 데 더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북한에 대한 시각이 변화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유 팀장은 “외국인 투자자의 질문이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내 유가증권은 어떻게 되느냐’에서 ‘북한에 어떻게 투자해야 좋으냐’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유 팀장은 18일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참석한 리서치 포럼에서 김정은의 고향인 원산이 랜드마크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위해 민간기업을 지원하는 개발협력은행 방식이 적합하다고 제안했다.
유 팀장은 다른 증권사들과 마찬가지로 유망 경협 분야로 건설과 철도, 항만·통신 등 인프라와 관광·금융·생필품 등을 꼽았다. 유 팀장은 “향후 5~10년간 북한 내 기반시설 정비사업이 가장 주목받겠지만 이후 남북 간 신뢰가 쌓이면 경제협력 범위와 수혜 업종도 확대될 것”이라며 “북한이 중국과 아시아로 진출하려는 국가들의 전진기지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제한적인 추측일 뿐이다. 유 팀장은 “경협을 통해 다양한 산업과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도록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며 “경협으로 기업의 이익을 늘리는 데 성공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코리아 알파’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