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공백으로 자중지란에 빠진 자유한국당이 2년 전 친박계와 비박계 간 계파 싸움으로 돌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의 혁신안 발표를 계기로 친박계와 비박계가 세 규합을 위해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대행의 ‘중앙당 해체’ 발언이 나온 이튿날인 19일 ‘친박·비박계’라는 표현이 등장해 주목받았다. 초선 의원 30여명은 이날 국회에서 모임을 열고 당 쇄신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의원의 휴대폰 사진이 공개됐는데 ‘친박·비박 싸움격화’ ‘세력화가 필요하다→적으로 본다·목을 친다’ 등이 적혀 있었다. 특히 ‘친박 핵심 모인다’라며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과 친박계인 이장우·김진태 의원 등을 거론했다. 김진태 의원은 이에 대해 “결국 내심은 이것이었나. 잘못하면 당이 해체될 판인데 계파 싸움으로 당권 잡아서 뭐하겠다고 저러느냐”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친박 핵심 모인다”“세력화 필요”
초선 모임서 휴대폰 사진 논란
親朴 “金 중심 세결집” 의혹 제기
非朴 “金 흔들면 더 큰 혼란 와”
범친박계는 이에 맞서 비박계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을 거론했다. 김 의원이 자신과 가까운 김 대행을 중심으로 세 결집을 시도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선교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혁신안에 대해 “좀 오버한 것 같다”며 “그러한 거대한 프로젝트를 내기 위해서는 김 원내대표 혹은 부대표들 그룹에서 나오기에는 너무 큰 일이라 의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무성 (전) 대표를 거론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우택 의원도 김 의원의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이미 지난해에 밝힌 바 있는데 의원총회에서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것을 보고 당권 도전을 위한 게 아닌가 하는 시각이 (당내에) 있다”고 지적했다.
비박계 의원들은 김 대행의 혁신안에 힘을 실으며 ‘김성태 흔들기’를 경계했다. 김영우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유일한 정통성을 가진 주체는 김 대행인데 이를 문제 삼는다면 당의 혁신과정에서 동력을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일표 의원은 “대행마저 물러나라고 하면 더 큰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김 대행과 김 의원 등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 20여명은 이날 오전에 모여 혁신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