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희옥 칼럼] 美中 무역전쟁과 한국경제의 삼중고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서경 펠로

美中 통상갈등 반복·심화 가능성

수출의존도 높은 한국경제 직격탄

中도 새로운 통상압력 강화나설듯

삼중고 극복 처방 더 미뤄선 안돼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지난 8일 캐나다 퀘벡주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공정무역을 바보무역(fool trade)이라고 비판한 미국의 반대로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했다. 한편 10일 중국 칭다오에서 ‘상하이협력기구’에 참석한 중국·러시아·인도 등 8개국 정상은 ‘칭다오 선언’을 채택하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반대했다. 개방과 자유무역, 그리고 다자주의를 버린 미국 외교의 공간을 중국이 파고드는 낯선 풍경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부분적으로 회복한 미국 경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무역적자의 47%를 차지하는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선포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실제 미국은 ‘산업적으로 중요한(industrially significant)’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5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고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대해 기술이전을 강요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항공우주·정보통신·로봇공학·신소재 등 중국 제조업의 폭발적 부상을 지체시키려는 전략적 고려도 깔려 있다.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도 거세다. 5월 미중 무역전쟁의 전초전에서 타협안을 제시한 바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여기서 밀리지 않기 위해 일단 기 싸움을 택했다. 즉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남에게 손해를 끼치고 자신에게도 이롭지 않은 미국의 근시안적인 행위에 맞서 어쩔 수 없이 강력하게 반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이 보복을 예고한 다음날 즉각 미국산 제품 659개 품목에 동일한 규모와 강도의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백인노동자를 겨냥해 농산품과 자동차 품목은 물론이고 화공용품·의료설비·에너지 제품 등 미국의 주력 업종을 망라했다. 심지어 미중 전략대화에서 합의한 700억달러에 달하는 구매계획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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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미국 경제가 회복될수록 대중국 무역적자가 늘어나는 경제구조 때문에 미국은 반덤핑·보복관세·시장개방 요구는 물론이고 중국 소비시장을 겨냥한 보호주의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도 양적완화 논의를 시작하는 등 식고 있는 경제 엔진을 돌리기 위해 분주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종료를 선포한 것과는 달리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이것은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공간이 줄어들면서 미중 간 무역전쟁도 시간을 특정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나타날 것임을 의미한다.

다만 역설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서로 좋은 친구라고 치켜세우지만 실제로는 깊이 신뢰하지 않는 가짜친구(superficial friend)라는 점은 위안이다. 즉 서로에 대한 신뢰적자로 합리적 의심을 거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판을 깨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중국은 군사력 규모, 경제의 질, 연구개발과 교육혁신 능력, 소프트파워, 국내 리스크 등 종합국력의 한계로 인해 지루한 전쟁이 부담이고 미국도 경제적 상호확증파괴 현상이 나타난 양극체제라는 현실에서 이익균형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미중 무역전쟁이 한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점이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과 수입 비중은 각각 36.7%, 13.8%에 달하는 등 미중 무역전쟁에 취약한 구조이고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중국판 통상압력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으며 투자처를 잃은 중국 자본이 우리 기업을 상대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면서 한국의 산업생태계가 교란될 위험도 있다. 이처럼 한국의 산업경쟁력 약화, 미중 무역전쟁의 파장, 중국의 새로운 통상압력에 놓인 우리 경제의 삼중고를 극복할 수 있는 복합처방을 더는 미룰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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