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광물개발이 삐걱대는 가운데 광물공사와 조달청으로 분산된 ‘한지붕 두 가족’ 광물 비축 통합 문제가 기관과 부처 간 ‘밥그릇 싸움’ 속에 좀처럼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말 비축기능 통합안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관련 연구용역을 개시하는 데만 벌써 석 달이 지났고 그나마도 수행 기관 선정이나 결과 도출까지 팽팽한 기싸움이 예상돼 올해 안에 결론이 날지도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금속자원 비축제도 개선방안’ 연구 용역이 이달 말 개시될 예정이다. 올해 말까지 진행되는 이번 용역의 주제는 △광종별 수급 특성 파악 △비축방식·타당성 검토 △비축기관 일원화 등 기능조정 방안 마련 △금속자원 비축 종합계획 수립방안 도출 등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광물공사와 조달청으로 분산된 희유(희소·유용) 금속 비축 기능을 어디로 통합할지 결론을 내는 것이다.
눈에 띄는 점은 용역 비용 1억2,000만원을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조달청, 광물공사 등 4개 기관이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인데 이런 방식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이유는 각 부처와 기관이 고유 기능을 내주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 해외자원개발 태스크포스(TF)가 비축기능 조정 방안 마련 필요성을 제기했고 3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확정한 산업부의 ‘광물공사 기능조정 세부방안’에 ‘조속히’ 조정방안을 마련하라고 했지만 석 달이 다된 지금에서야 용역 계획이 수립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조달청과 광물공사가 서로 영역을 넘겨주지 않으려 하다 보니 통합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며 “연말까지 용역 결과대로 기능조정을 완료할 생각이지만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광물공사는 국가 비상시에 쓸 희유금속 10종, 7만7,895톤을 비축하고 있다. 평가액은 2,100억원이다. 조달청의 비축 목적은 결이 다른데 광물시세가 급등락한 데 따른 물가 급등이나 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 희유금속 9종 3만2,249톤과 비철금속 6종 21만4,005톤 등 모두 1조1,699억원어치를 쌓아둔다. 각각 목적과 광물을 유통하는 방식은 차이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한 기능이라는 점에서 통합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여기에 해마다 국정감사나 감사원 감사 등에서 조달청과 광물공사 간 희유금속 판단이 다른 점이 지적되는 것도 통합 이유로 꼽혔다.
연구용역이 어느 쪽에 유리한 결론을 낼지는 미지수다. 조달청은 규모 면에서 우세하지만 앞서 금속을 평균 수입가격보다 비싸게 구입한 것이 문제로 제기됐고 일부 금속의 목표 대비 재고량이 부족한 점이 지적돼 운용점수는 감점이 불가피해 보인다. 거꾸로 광물공사 역시 무조건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처와 공기업이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차갑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 입장에서는 누구나 마찬가지인데 결론을 못내 혈세까지 쓰며 맞붙는 모습이 한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