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8년 프랑스의 마리 퀴리와 피에르 퀴리 부부는 우라늄보다 더 강한 광선을 내는 ‘라듐(Ra·원자번호 88)’을 발견한다. 라틴어로 ‘빛을 방사한다(radius)’는 뜻의 라듐은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이어 20세기 초 유럽과 미국 등에서 여러 제품에 쓰이기 시작한다. 어두운 곳에서 푸르스름한 빛을 띠어 야광효과가 나는 도료(페인트)로 그만이었다. 고가의 라듐 정수기도 나왔고 라듐을 함유한 우유·버터·초콜릿·치약·립스틱 등도 매우 비싸게 팔렸다.
하지만 ‘무지의 대가’는 참혹했다. 공장 여공들이 라듐에 중독돼 백혈병 등으로 대거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것. 영국의 케이트 모어가 쓴 ‘라듐걸스(사일런스북)’에 따르면 1916년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1922년 일리노이주 오타와 도장공장에서 각각 수백명의 여공을 고용해 시계판과 조종판에 야광을 입히는 작업을 하게 했다. 10~20대 여공들은 붓을 입에 넣어 뾰족하게 만든 뒤 도료를 발라 시침 등에 칠했는데 1923년부터 무려 50여명이 암으로 숨졌다.
하지만 소송전은 14년 넘게 이어졌고 피해자들은 1939년에서야 승소하게 된다. 모어는 “당시 라듐이 오늘날의 방사선 치료 같은 암세포 파괴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며 만병통치약 대접을 받았다”고 전했다. 1903년 피에르 퀴리가 영국왕립학회 강연에서 “라듐이 중추신경에 작용하면 마비나 죽음을 초래할지 모른다”고 지적했으나 속수무책이었다.
오랫동안 라듐 방사선에 노출된 마리 퀴리도 안타깝게 시력을 잃고 1934년 백혈병으로 숨진다. 퀴리 부부는 1903년 노벨화학상 시상식에도 건강악화로 불참했다. 그의 딸인 졸리오 퀴리도 노벨화학상을 받았지만 결핵과 백혈병으로 숨졌다.
최근 우리 사회에 대진침대의 ‘라돈 매트리스’ 파동으로 라듐과 ‘라돈(Rn·원자번호 86)’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음이온을 내뿜는다는 이유로 ‘모나자이트’라는 돌을 가루로 빻아 매트리스에 섞은 게 화근이었다. 회사가 영세해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우체국 집배원을 통해 매트리스를 수거한 뒤 처리에 앞서 야적하는 과정에서 반발이 쏟아졌다. 앞서 총리실 산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대진침대가 국내 안전기준에 위배되는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유해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모나자이트 수입 업체가 다른 침대 업체는 물론 다양한 곳에 제품을 판 점도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라돈은 암석이나 토양에 존재하는 우라늄이 몇 차례 붕괴를 거쳐 자연적으로 생성된다. 라듐은 시간이 흐르며 핵이 붕괴돼 방출되는 방사성 원소다.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나지 않아 ‘침묵의 살인가스’로 불린다. 과거 지하철 노동자가 라돈에 중독돼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라돈은 라듐보다 1년 뒤인 1899년 발견됐으며 세계보건기구(WHO)가 폐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라돈은 땅이나 실내에서 흔히 접할 수 있으나 기준치 이하라면 별다른 해가 없다. 하지만 반지하 곰팡이가 많이 피는 곳이나 신축건물이라도 석고보드 등을 사용하는 곳은 라돈의 양이 만만치 않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안전한 라돈 기준을 148베크렐(Bq/m3), 4피코큐리(pci/ℓ)까지로 본다. 베크렐은 방사선 1개가 핵에서 초당 한 번 방출되는 것이고 1피코큐리는 37베크렐이다. 대진 매트리스는 무려 2,000베크렐까지 라돈이 검출되기도 했다. EPA는 기준치 이상의 라돈에 장기간 노출되면 1,000명 중 7명의 폐암 환자(흡연자는 62명)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남원우 이화여대 화학과 교수는 “라돈은 공기보다 8배나 무거워 밀폐된 실내에서 자주 환기해야 한다”며 “곰팡이는 베이킹파우더와 식초를 2대1로 섞어 스프레이로 뿌린 뒤 마른걸레로 닦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미국처럼 실내 라돈지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은 라돈 측정기를 서비스할 필요가 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