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근로시간 단축 후폭풍]"내년 사업계획 짜야하는데 애매한 가이드라인에 답답"

■경총 설명회서 회원사 불만 토로

"업무 목적 출장은 근로시간

출장지 출퇴근때는 해당 안돼"

모호한 답변 잇따라 혼란만

"기업경쟁력 약화" 정부 성토

“해외 출장 가는 시간은 근로시간인가요, 운전기사 대기 시간은 휴식인가요 근로인가요”

20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10여 일 앞두고 개최한 설명회는 마련된 130여개 좌석이 모자를 정도로 회원사들이 참석해 질문을 쏟아냈다. 글로벌 대기업부터, 신용평가회사, 대형마트, 대형 병원을 비롯해 올해 법 시행(300인 이상 사업장·7월 1일)과 무관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연합회 등도 설명회를 찾았다. 회원사 사이에서는 당장 법이 시행돼 단속과 처벌이 이뤄지면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근로시간의 정의와 개정법에 맞는 근로일정을 맞춰야 내년 사업계획을 짤 수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회원사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내년부터 기업경쟁력이 추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는 7월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주당 68시간→52시간)과 관련해 빗발치는 회원사들의 문의에 대한 공개적인 답을 주기 위해 마련됐다. 경총 관계자는 “어떤 활동은 근로시간으로 볼 것인지 등에 대한 문의가 많아 6월 초 설명회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설명회는 그간 회원사들이 질문이 많았던 사안들을 정리하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업무 시간 전에 도착해 근무하는 것인 연장근무인지 아닌지, 대형 사업장의 경우 사내에 파견된 300인 미만 협력사 직원들은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는 7월부터 52시간이 적용되는지에 대한 것이다. 김영완 경총 노동정책 본부장은 “회사가 명시, 묵시적으로 초과근무를 명하지 않으면 개별 근로자가 임의로 일을 더 해도 초과근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도급 업무를 수행하는 협력사 근로자는 원청이 아닌 협력사 기준으로 단축 시기를 적용받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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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질의응답이 시작되자 모호한 답변이 나왔다. 우선 “회식은 참석을 강제해도 노무 제공으로 볼 수 없다는 정부 지침에 따라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판례는 사용자의 실질적 지배와 근로계약에 따른 노무제공 여부로 판단한다”는 명확하지 않은 답을 냈다. 또 출장은 “업무 목적 출장은 근로시간이고 출장지로 출·퇴근 때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하루 5시간 씩 지방 출장을 가면 근로시간은 어떻게 되느냐, 평일에 해외 출장을 위해 탄 비행기 시간은 근로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경총은 “3일 연속 출장을 안 가도록 해야한다”며 “이참에 출장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는 답을 했다. 운전기사의 대기시간이 휴식인지 근로시간인지도 명쾌한 답을 못냈다. 근로자와 서면합의를 해야하는 탄력근로제와 관련해서도 “최초의 합의한 내용과 상황에 따라 근로시간이 달라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답변에 “포괄적 개념, 넓은 내용을 서술해 놓는 것이 방법이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설명회에도 병원 등 특수 업종은 더 혼선이 가중됐다. 한 대형병원 회원사는 “8시간씩 3교대를 하는 간호사들은 인수인계하는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봐야 하는지, 또 중환자실, 일반실, 외과, 산부인과 등 서로 다른 과들의 업무 행태가 너무 달라 일괄적인 근로시간 인정과 적용이 어렵다”고 성토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도 “법 시행이 아직 남았지만 근로시간과 관련해 어떤 기준이 명확한 것인지 알고 싶어 왔지만 아직 불확실한 점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대한상의에서 열린 근로시간 단축 대응방안 설명회에서도 혼선이 빚어지긴 마찬가지였다. 기업 인사 담당자 170여명이 빼곡히 들어찼고 휴식 시간마다 발표자인 정호석 한국능률협회컨설팅 노무사는 둘러싸여 질문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정 노무사의 답변도 한계가 있었다. “고용부에 확인을 해봐야 한다”, “정부 방침도 오락가락하는 측면이 있다” 등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해 혼란이 빚어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조차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못한 마당에 노무사가 대응 방안을 설명해주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구경우·한재영 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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