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영등포구 신길뉴타운에 짓는 ‘신길파크자이’ 1순위 청약에 도전한 40대 정 모 씨는 당첨자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마음 한켠 에선 당첨이 안 되길 바라고 있다. GS건설이 3.3㎡당 평균 분양가 1,933만원이란 저렴한 분양가를 내세워 지난 15일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평균 80대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인기가 높았지만 뒤늦게 발견한 유상옵션 가격이 마음에 걸려서다. 실제 이 단지의 발코니 확장(920만원), 시스템에어컨(910만원), 현관 중문 등 기타(1,020만원)을 다 더한 총 유상 옵션 비용은 2,850만원이다. 정 씨는 “재건축도 어려워졌다고 하고 지금 믿을 곳은 청약 시장 밖에 없는 줄 알았다”며 “하지만 뜯어보면 ‘과연 남는 게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20일 서울경제신문이 올해 상반기 분양한 주요 단지들을 분석한 결과 필수 옵션으로 꼽히는 발코니 확장 비용만 1,400만원에서 많게는 2,600만원(전용 84㎡ 기준)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로또’로 불리며 청약 열풍을 일으켰던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자이 개포’ 84A는 발코니 확장 비용이 2,628만원이었다. 이 타입의 유상 옵션을 다 더할 경우 총 옵션 비용이 3,661만원까지 치솟는다.
지난 4월 1순위 청약에서 107대1이라는 올 상반기 수도권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던 동탄역 금성백조 예미지 3차도 84B 타입의 발코니 확장 비용이 1,470만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분양한 단지들은 경우 애초에 발코니 확장을 염두에 두고 설계를 하기 때문에 확장을 하지 않으면 거실 대비 방이 비정상적으로 좁게 느껴질 수 있어 필수 옵션으로 꼽힌다. 게다가 건설사들은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예비청약자들에게 발코니 확장을 하지 않을 경우 ‘아래층과 위층에 결로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확장은 꼭 해야 한다’며 부추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발코니 확장비용이 비싸다는 지적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나왔지만 2,000만원대까지 치솟은 건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본격적으로 분양가를 통제하기 시작한 2016년 7월 이후 발코니 확장 비용이 급격히 올랐다는 점에 주목한다. 실제 HUG 분양가 통제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2016년 3월 분양한 ‘개포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3,760만원으로 디에이치자이 개포(4,160만원)보다 쌌지만 발코니 확장이 무상 옵션으로 제공됐다. 지난 1월 공급한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의 84B 발코니 확장비용도 2,398만원인데 반해 2016년 5월 분양한 래미안 과천 센트럴스위트의 경우 분양가에 이 같은 확장 옵션가를 포함시켰다.
같은 시공사 내에서도 유상 옵션 비용이 천차만별인 사례도 발견됐다. 이날 1순위 청약을 진행하는 ‘고덕 자이’는 84B타입의 발코니 확장 비용이 1,130만원인데 반해 지난 4월 분양한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는 발코니 확장이 무상이었다. 두 단지는 모두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주요 단지지만 유상옵션 가격은 달랐다.
전문가들은 시공사들이 발코니 확장 등 유상 옵션 비용을 높게 책정해 정부의 분양가 통제에 따른 손실을 ‘옵션 장사’로 메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의 한 관계자는 “발코니 확장이 900만원 대라며 싸다고 광고했는데 알고보니 에어컨 설치 비용만 900만원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되는 등 어떻게든 교묘하게 비싼 비용을 내도록 하는 구조”라면서 “정부가 분양가 통제에 골몰된 사이 기타 비용은 소리 소문 없이 속수무책으로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