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시각] 내부자와 외부자

김능현 경제부 차장

김능현 차장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인간이 있다. 내부자와 외부자. 고용 시장에서 취업자는 전자, 실업자는 후자다. 최저임금 인상은 내부자용 정책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처럼 그 효과는 직접적이고 즉각적이다. 고용 시장의 가격인 임금을 올렸으니 당연한 결과다.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내부자 중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을’들을 다독이기 위한 정책이다. 하지만 내부자를 위한 인위적인 정책을 펼 때마다 을보다도 못한 외부자가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은 더 높아진다.

부동산 시장에서 서울 강남이나 새집에 거주하는 사람은 내부자, 그렇지 않은 사람은 외부자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재건축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더 좋은 집과 더 좋은 교육 여건을 누리기 위해 발버둥 치는 외부자들이 넘어야 할 벽도 높아졌다. 그 반대급부로 강남과 새집에 거주하는 내부자들의 상대적 우월감은 더 커졌다.


정치권은 내부자들의 이익을 정책에 우선 반영한다. 분열돼 있는 외부자보다 단결된 내부자의 영향력(표의 응집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내부자의 조직체인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은 결코 외부자(실업자)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 ‘노사정 3자주의’의 근본적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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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악화될수록 외부자의 입지는 좁아진다. 이런 측면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둘러싼 노동수요의 가격(임금) 탄력성 논란은 무의미하다. 노동수요의 탄력성은 그 자체가 미지의 영역일 뿐 아니라 경제 상황과 기술 고도화 정도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글로벌 경제의 개방도가 높아지고 첨단기술이 도입될수록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저학력 단순 노동자에 대한 수요 탄력성은 커진다는 점이다. 외부자가 내부로 진입하기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취업자 증가가 8년여 만에 최저인 7만여명에 그친 것은 취업의 벽이 한층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최근의 부동산 거래 절벽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정책은 ‘활발한 거래+가격 안정’이라는 조합의 창출이 최종 목표인데 지금은 거래 자체가 없으니 가격도 사라져버렸다. ‘핀셋’ 규제를 외쳐놓고 온몸에 메스를 가한 결과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년간 내부자 가운데 을을 위한 정책에 집중해왔다.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으로 버티며 언제 해고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이들을 다독이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다. 하지만 이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외부자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만천하에 보여줬으나 이는 ‘반쪽자리’에 불과하다. 일자리 늘리기야말로 최고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라는 점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부동산 정책에서도 ‘강남’의 가치만 더 높여주는 규제 일변도보다 제2·제3의 강남을 만들어 강남의 벽을 낮춰야 한다.

6·13지방선거에서의 대승으로 ‘1년이면 끝’이라던 대통령의 시간은 다음 총선거까지 연장됐다.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역대 정부가 시늉만 내던 ‘규제 혁신’에 과감히 나설 때다. /nhkimchn@sedaily.com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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