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공동예산 도입 등 유럽연합(EU) 통합을 위한 개혁안에 합의했다. 유럽 국가 간 난민 문제와 경제격차 심화로 EU의 존립이 불안해지자 메르켈 총리가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을 포괄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르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독일 메세베르크에서 회담을 열어 유로존 공동예산 창설, 유럽안정화기구(ESM)의 유럽통화기금(EMF) 확대 전환 등 EU 개혁안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EU에 대한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유로존 공동예산 창설은 마크롱 대통령의 EU 관련 핵심공약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로존 탈퇴 여론의 경우 재정위기가 원인이므로 공동예산을 만들어 재정이 취약한 나라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독일과 프랑스가 합의한 유로존 예산은 실업 완화,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목적으로 다소 방향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위기 국가 지원은 EMF가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ESM은 재정위기를 겪는 EU 회원국에 구제금융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2년 만들어진 비상기금으로 규모는 5,000억유로(약 652조원)다. 다만 구제금융을 지원하려면 회원국 85%의 찬성을 받아야 해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고 정부 감독 권한이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양국은 신속한 자금 지원을 위해 EMF의 구제금융 지원 요건을 과반 찬성으로 낮추고 구조조정 이행감독 권한을 부여한다는 구상이다.
메르켈 총리는 유로존 공동예산과 EMF 창설에 유보적이었지만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권 출범, 동유럽 국가들의 급격한 우경화로 EU 내에서 파열음이 커지자 태도를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독일 정치권은 유로존 공동예산과 EMF 창설이 독일 자금을 재정위기국에 무상 지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비판해왔다.
다만 FT는 이번 합의가 원칙적인 것에 불과하다면서 세부안을 조정할수록 독일과 프랑스 간 이견이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메르켈 총리가 재정위기 대응 권한을 공동예산이 아닌 EMF로 넘긴 데는 EU 집행위원회(EC)의 관리를 받게 될 예산보다 독립적 국제기구로 운영될 수 있는 EMF가 독일의 입장을 더 많이 대변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렸다는 것이다.
한편 두 정상은 EU의 역외 국경경비 기관인 프런텍스의 권한을 확대하기로 하고 난민을 최초 등록 신청 국가로 돌려보내는 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일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