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의 구속영장이 또다시 기각됐다.
영상실질심사를 앞두고 새로운 갑질영상이 등장해 여론은 싸늘해지면서 구속수사가 유력하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결국 구속은 피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일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 청구된 이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허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범죄 혐의의 내용과 현재까지 수사진행 경과에 비춰 구속수사할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지난 18일 이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출입국당국에 따르면 이 씨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가장해 입국시킨 뒤 평창동 자택에서 일을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공소시효가 5년임을 감안했을 때 법적 처벌이 가능한 불법고용 가사도우미는 10명 안팎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대한항공 직함이 없는 이 씨가 비서실·인사전략실·마닐라지점을 동원해 이 같은 일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정황도 파악했다.
이 씨는 지난 11일 소환 조사 당시 필리핀인들에게 가사 일을 시킨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들의 입국에는 관여한 바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씨의 구속영장 기각은 이번이 두 번째다. 경찰은 운전기사와 경비원 등 11명을 상대로 24차례 폭언·폭행한 혐의로 한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으나 지난 4일 기각됐다.
16일 만에 또다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대기하던 이씨는 영장 기각 소식이 들리자 집으로 돌아갔다.
이민특수조사대는 기각 사유를 분석해 이씨를 다시 소환해 조사하거나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현재 이씨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추가 수집하는 등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