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민시계’로 불리는 전자시계 ‘G-쇼크’를 개발한 카시오의 공동창업자 가시오 가즈오(사진) 회장이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지난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가시오 가즈오 회장은 앞서 18일 오후 도쿄의 한 병원에서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했다. 회사 측은 성명에서 “가시오 가즈오 회장은 편견과 전통적인 노선을 깨고 우리가 꿈꾸던 디지털 기술을 현실로 만들어냈다”며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새 시장을 만든다고 항상 강조했다”고 고인을 기렸다.
카시오는 지난 1946년 가시오가의 4형제 중 맏형인 가시오 다다오가 손가락에 끼우는 반지형 담배 홀더를 만들면서 설립됐다. 이후 1957년 소형 계산기를 개발하며 유명해지자 형제들은 자신들의 성을 따 지금의 ‘카시오’로 사명을 변경했다. 4형제 중 셋째인 가시오 가즈오 회장은 1988년 맏형의 뒤를 이어 대표직을 물려받아 2015년까지 카시오를 이끌었다.
가시오 가즈오 회장은 회사를 이끌어온 27년 동안 회사의 대표 제품인 전자계산기 ‘카시오 미니’와 전자시계 G-쇼크를 선보이며 회사를 연 매출 30억달러가 넘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다. 1970년대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전자계산기 경쟁이 벌어지자 카시오는 1972년 통상 숫자 8자리를 표시하던 계산기를 6자리로 바꾸고 가격을 3분의1로 낮춘 카시오 미니를 선보였다. 가시오 가즈오 회장은 이를 ‘세계 최초의 개인용 계산기’로 광고해 대히트시켰다. 이후 1983년 출시한 전자시계 G-쇼크는 ‘충격에 강하고 튼튼한 시계’라는 마케팅에 힘입어 일약 인기를 끌었다. G-쇼크는 미국 영화 ‘맨 인 블랙’ ‘미션임파서블’ 등에 협찬해 세계적으로도 인지도를 쌓았다. 그 결과 지난해 8월 기준 G-쇼크는 누적 판매 1억개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업적에도 가시오 가즈오 회장은 ‘아직 부족하다’며 끝없는 성장을 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5년 사장직을 장남 가시오 히로시에게 물려주고도 여전히 시계 개발에 참여하며 실질적으로 회사를 견인해왔다.
외신들은 가시오 가즈오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일제히 그의 업적을 조명하며 애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마케팅의 거장이 사망했다”고 보도했고 보스턴글로브는 “G-쇼크의 영광 뒤에는 가시오 가즈오 회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그의 사망으로 카시오는 창업주 4형제에서 2세대로 경영 구도에 큰 전환을 맞게 됐다. 회사가 부진한 실적을 딛고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지는 차세대 첫 주자인 가시오 히로시 사장의 어깨에 달려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