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주지사들과 업무 오찬을 하면서 미·러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한 질문에 “가능성을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다자무대에서 회동한 적이 있지만, 따로 양자회담을 한 적은 없다.
블룸버그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미·러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달 유럽 방문 기간에 개최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다음 달 11~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직후 유럽 국가의 한 수도에서 별도의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정상회담 장소로는 오스트리아 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일부 언론은 나토 정상회의 이전에 두 정상이 만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 정부 관계자는 블룸버그 통신에 미·러 정상회담 개최 시점과 관련해 “다음 달 11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담 이전이나 13일 영국 방문 이후, 두 가지 가능성이 모두 있다”라고 말했다.
백악관과 크렘린 궁은 미·러 정상회담 추진을 공식 확인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미·러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해 내주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개릿 마키 NSC 전략공보 담당 대변인이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궁 대변인도 이날 기자들에게 “실제로 그러한 일정이 있다”며 볼턴 보좌관의 방러 계획을 확인했다.
미·러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고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과 시리아 사태 등이 불거지면서 냉전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6·12 북미정상회담 직전인 이달 초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주요 8개국(G8)에서 축출된 러시아를 다시 복귀시키려는 의지를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러시아가 (G8에서) 나가 있는 것보다는 들어와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왜냐하면 북한과 마찬가지로 그들과 어울리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미·러 관계 개선을 주장했으나, 자신의 대선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 등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에 발목이 붙잡히면서 취임 후 추동력을 얻지 못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열어 북미 관계 정상화에 첫발을 내디딘 것을 계기로 미·러 관계 개선에도 속도를 붙이고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