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이 높은 적금’으로 불리던 삼성그룹주펀드의 3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 구간으로 진입했다. 삼성그룹주펀드는 그룹주펀드 중 가장 안정적인 펀드로 꼽히며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4월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이후 수익률은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삼성그룹주펀드 중 삼성전자의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놓을수록 수익률 하락폭도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SDS의 주가 하락도 이를 부추겼다. 삼성그룹주펀드의 수익률의 일등공신이던 삼성전자가 찬밥 신세가 됐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그룹주펀드의 3개월 수익률이 -1.82%를 기록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헬스케어펀드와 거의 1~2위를 다퉜으나 같은 기간 럭셔리(4.73%), 소비재(2.63%), 천연자원(3.39%) 등에도 한참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1개월 수익률도 마이너스는 피했지만 0.56%를 기록, 단기 투자인 머니마켓펀드(MMF) 0.4%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현재 삼성그룹주펀드의 수익률을 올해 초(1월19일 기준)와 비교하면 3개월, 1년이 각각 -1.82%, 12.43%로 연초 같은 기간 5.22%, 37.44% 대비 확연히 초라한 성적표다.
삼성그룹주펀드 36종 중 삼성전자를 주요 구성으로 하는 펀드의 3개월 수익률 하락폭이 -4%로 가장 크다. 삼성전자 외 호텔신라·에스원 등을 포트폴리오로 하는 펀드는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다. 삼성KODEX삼성그룹주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의 3개월 수익률은 -4.8%였는데 이 펀드는 삼성전자(23.29%), 삼성물산(12.24%), 삼성SDI(9.93%), 삼성SDS(8.5%)를 담고 있다. -4.17% 기록한 미래에셋TIGER삼성그룹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 역시 삼성전자(23.21%)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은 같은 기간 -1.24%를 기록했는데 이 펀드는 호텔신라(7.19%), 에스원(7.11%), 삼성물산(7.05%) 등을 주요 포트폴리오로 담았다.
삼성그룹주가 올 2·4분기 이후 삐걱거리는 것은 액면분할 이후 삼성전자 주가 향방과 밀접하다. 삼성전자 주가는 액면분할 직후인 지난달 초 5만4,000원선에 육박했지만 외국인 매도세가 꾸준히 이어져 18일에는 4만6,200원까지 터치하며 15% 이상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하이엔드 스마트폰 시장의 불황에 따른 갤럭시S9의 판매 감소와 낸드 가격 하락이 실적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그룹주펀드는 당분간 삼성전자 주가와 연동돼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2·4분기 실적이 매출액 59조7,600억원, 영업이익 14조9,4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각각 1.3%, 4.5%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갤럭시S9 출하량 부진에 의한 IM 실적 감소 폭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가격 하락 폭이 생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소 아쉬운 실적 등으로 목표주가를 6만8,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하향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3·4분기에는 다시 사상 최대의 실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 연구원은 이어 “3·4분기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부가 실적 개선을 견인할 것”이라며 “3·4분기 영업이익은 17조9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4.4%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운용사의 한 관계자도 “하반기 자사주 소각(7%)에 의한 주당순이익(EPS) 증가도 주가에 긍정적일 수 있다”면서 “삼성전자 주가 회복과 맞물려 3·4분기께 삼성그룹주펀드의 수익률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SDS도 3 ·4분기 은행공인인증서를 대체할 블록체인 기술을 내놓는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는 만큼 하반기에는 펀드 수익률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