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이하 현지시간) 터키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앞두고 지난 15년간 철권통치를 휘둘러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또 한 번 승리를 거둬 ‘21세기 술탄(과거 이슬람 제국 시절 최고 통치자)’에 등극할 수 있을지 주목 받고 있다. 시리아 북부 아프린을 군사작전으로 점령한 후 지지율이 고공행진 했으나 최근 고물가와 환율 위기를 맞아 흔들리고 있어 장기독재의 꿈이 깨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 현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율은 47.1%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당선을 확정 지을 수 있는 50%에는 미치지 못했다. 24일 선거에서 과반 투표를 얻지 못할 경우 득표율이 가장 높은 두 후보가 다음 달 8일 결선 투표에서 맞붙게 된다. 선거가 가까워 질수록 에르도안의 지지율이 미끄러지자 일각에서는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무하렘 인제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의 경제난이 에르도안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에르도안은 지난 2011년 3,500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을 2010년 1만달러까지 끌어올리면서 경제 성장의 공을 인정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과 경상수지적자가 상승하는 등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터키 리라화는 올 들어서만 달러 대비 가치가 20% 이상 떨어지며 경제 성장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미 CNN방송은 “에르도안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오랫동안 경제적 성과에 의존해 왔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터키 유권자들도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는데 중점을 두고 투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더욱 공고한 장기 통치를 꿈꾸고 있다. 그는 지난해 국민투표를 통해 의원내각제를 5년 중임 대통령제로 바꾸고 내각 임명권과 해산권 등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새 헌법은 이번 대선부터 적용되는데 에르도안이 당선되면 최장 10년간 더 집권할 수 있는 것이다. 에르도안은 지난 2003년 총리로 임명된 후 2014년부터 3차례 대통령 임기를 보내 지금까지 15년째 터키를 통치하고 있다. 외신들은 예정대로라면 내년 11월에 치러야 할 대선을 1년 5개월이나 앞당겨 6월24일 실시하는 것도 대통령제로의 권력체제 전환을 앞당기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