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감독·작곡가·연주자·사회운동가….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는 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서일까 ‘다채로운’, ‘무궁무진한’ 처럼 ‘끝을 알 수 없다’는 뜻의 수식어가 자연스럽다. 늘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확장하는 삶을 살아온 그의 40년 음악인생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한국에서 열렸다. 지난달 남산 아래 회현동에 마련된 복합문화공간 ‘피크닉(Piknic)’에서다. 22일 찾은 피크닉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세계 최초 단독 전시를 보려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1980년대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구가했다. 류이치는 40년 전 결성된 전자음악그룹 YMO(Yellow Magic Orchestra)의 대성공을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후 < 마지막 황제(The Last Emperor)>, <레버넌트(The Revenant)>, 한국 영화 <남한산성>, 그리고 최신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화의 음악 감독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음악을 소리라는 영역에 한정 짓지 않은 예술가로도 유명하다. 지하부터 루프탑까지 총 5개의 층에서 만나는 류이치 사카모토는 각각 다른 사람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다. 수많은 미디어 아티스트와의 협업 덕분이다. 일본 미디어 아트 그룹 덤타입(Dumb Type)을 이끌고 있는 천재 미디어 아티스트 타카타니 시로(Takatani Shiro), 영화감독 아핏차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이 작업한 영상, 뉴욕의 신진 아티스트 그룹 자쿠발란(Zakkubalan)이 포착한 사카모토의 사적인 순간들, 백남준과 함께한 ‘All Star Video’의 진귀한 영상 등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작품들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김성원씨는 류이치의 오랜 팬임을 자처하며 “미디어 아티스트로서의 그를 가장 존경한다”고 이야기했다. 제약회사의 낡은 건물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피크닉’으로 류이치 사카모토와 함께 이번 주말 피크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복합문화공간 ‘피크닉(piknic)’은 회현역 근처 남산이 보이는 조용한 언덕 아래 자리하고 있다. 1층에는 카페 피크닉, 편집숍 키오스크x키오스크(kiosk x kiosk), 2층 전시기획사 글린트 사무실, 3층에는 이충후 셰프의 레스토랑 제로 컴플렉스, 루프탑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루프탑은 탁 트인 남산 조망을 자랑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