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경 수사권 합의안에서는 검찰의 직접 인지 수사 대상을 △경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검사 및 그 직원의 비리 사건 △부패 범죄△경제·금융 범죄 △공직자 범죄 △선거 범죄 등으로 특정했다. 하지만 조폭·마약 범죄는 빠졌다.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영역에서 특수 수사와 함께 대표적 인지 수사 영역으로 꼽히는 조폭·마약 범죄가 제외된 것이다. 이에 따라 대검찰청은 이들 수사 영역을 주로 담당하는 강력부 기능을 형사부나 반부패부 등에서 맡게 하는 방안을 논의 중으로 전해졌다. 대신 인권옹호부를 신설한다. 해당 조직 설치 업무는 권순범 신임 대검 강력부장이 맡는다. 지난 3월 문무일 검찰총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조폭·마약 등에 대해 법무부 산하 마약청 등 별도 수사 기구를 둬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점도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강력 수사가 특수·공안 등과 함께 핵심 수사 영역으로 꼽혔던 터라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그동안 수사 공정성 시비가 일었던 건 특수부인데, 해당 영역의 인지 수사 기능을 유지하면서 조폭·마약 범죄를 제외한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치경찰제 시행 방안이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 포함되면서 경찰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부가 수사권 조정을 전제로 내년에 서울·세종·제주 등에서 자치경찰제를 시범 실시하고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인 오는 2022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못 박은 탓이다. 하지만 현재 경찰은 밑그림만 그렸을 뿐 세부안은 준비되지 못한 상황이다. 경찰개혁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보안·외사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사무를 제외한 일부 범죄의 수사권을 자치경찰에 부여한다는 내용의 광역 단위 자치경찰제 권고안을 발표했다. 학교·가정·성폭력 범죄 등 기초 치안 관련 범죄와 공무집행 방해, 음주운전, 실종자·미귀가자 사건 등을 자치경찰에서 수사하도록 하는 대략적인 계획은 세웠으나 여전히 인력 운용이나 장비 활용을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어떤 방식으로 사무를 구분할지 등 세부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게다가 소속이나 업무는 물론 급여 수준 등까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거센 내부 반발에 봉착할 가능성도 크다.
한 경찰 관계자는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려면 업무 경계는 물론 인력 등까지 지자체와 논의할 게 많으나 아직 그렇지 못하다”며 “지방자치경찰제 시행을 두고 내부에서 자칫 조직 쪼개기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방자치경찰제의 경우 소속이 각 구청 등으로 바뀔 수 있는 터라 일선 경찰서에서는 급여 수준이 현재보다 20%가량 삭감될 수 있다는 불만마저 터져 나오고 있다”며 “여러 변화 탓에 업무 수행에 혼선이 생기면서 치안 공백 등 피해를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현덕·최성욱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