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동안 한국문학번역원 일이 곧 ‘시 쓰기’라고 생각하고 버텨볼 각오입니다.”
김사인(62·사진)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최근 서울 삼성동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번역원장 임기 동안 시인 김사인이 아닌 번역원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지난 1981년 시인으로 등단해 시집 ‘밤에 쓰는 편지’ ‘가만히 좋아하는’ ‘어린 당나귀 곁에서’를 펴냈고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하며 ‘박상륭 깊이 읽기’와 ‘시를 어루만지다’ 같은 해설서도 출간했다. 순수 한국문학 전공자가 번역원장 자리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3월 문인 출신 첫 번역원장으로 관심을 모으며 취임한 그는 문학번역원이 한국 문학의 외교총괄부인 만큼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번역원이 단순히 한국어로 된 문학 텍스트를 외국어로 번역하는 일만 담당하지는 않는다”며 “해외에서 한국 문학 전체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 문학의 위치를 끌어올리는 역할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이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한국 문학의 시공간적 확장’이다. “그동안은 한반도 남부 지역의 문학, 특히 엘리트 문단 문학을 중심으로 한국 문학을 말했지만 더 넓은 의미로 다뤄야 합니다. 북한을 포함해 한반도 내 모든 문학과 해외 동포들에 의해 이뤄지는 문학, 그리고 시조나 고전소설 등 한국어로 된 고전까지 모두 포함해야 마땅하죠.” 이런 측면에서 현재 번역원은 올 3월부터 ‘한민족이산문학 교류 활성화’를 진행하며 해외 동포 문학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 문학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선결돼야 하는 문제들이 있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에 있다.
역량을 갖춘 전문 번역 인력 육성에도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김 원장은 말한다. 그는 “문학 번역을 하는 것은 하나의 창작 수준으로 실용 번역을 하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며 “거기다 다수는 영어권에 몰려 있어 소수언어 전문 번역자는 하나둘 있을까 말까일 정도”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번역 역량은 단기적으로 키우기 힘들다는 점이 김 원장의 걱정이다. 실제로 번역 아카데미에 10년 가까이 꾸준히 투자한 결과 이제야 번역문학상을 받는 떠오르는 번역가가 2~3명 나오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원어민 학생들을 선발해서 2년 과정으로 한국 문학 번역 교육을 수행하고 있지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원장이 3월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했던 ‘한국어문학 부서 신설’과 관련해서는 조직 개편안을 구성 중이다. 한국어문학 부서는 ‘무엇이 한국 문학인가’에 대한 물음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심화해가는 부서로 어떤 작품을 우선순위에 두고 해외에 소개할지 등을 고민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격년제로 열렸던 ‘서울국제작가축제’를 매년 실시하고 규모도 키운다. 축제는 작가 교류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낭독 행사 등을 실시, 관객 참여형으로 바꿔 문학과 작가를 주제로 한 잔치를 만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