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중(사진)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이 “경총 사무국이 손경식 회장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송 부회장은 경총 사무국의 비민주적 의사결정 절차에 대해 ‘적폐’로 비난하자 경총은 “(고위관료 출신인) 송 부회장의 구태의연한 관료주의가 적폐행위”라고 맞받아치며 내홍은 커지고 있다. 송 부회장과 경총 사무국의 불화는 다음 달 3일 400여개 회원사가 참여하는 임시총회에서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25일 송 부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해임하는 이유를 처음엔 최저임금 산입범위 때문이라고 말하다가 이후엔 재택근무, 이제는 노동계 편향적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경총 사무국이 해임을 원하는 이유가 정확히 무엇이냐”고 반박했다.
송 부회장과 경총 사무국 직원들 사이의 내홍은 지난 5월 말 터졌다.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논의되던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노사정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입장에 동조하면서다. 경총은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해 국회에서 결론 내기로 했지만 국회와 노동계 모두의 신뢰를 잃는 일로 번졌다. 이후 재택근무를 이어오던 송 부회장이 11일 출근해 업무 의사를 밝혔지만 손 회장은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15일에는 회원사 회장단이 회의를 열고 자진사퇴를 권고했지만 송 부회장은 이를 거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총을 ‘적폐세력’으로 비난했다. 이에 경총은 최근 송 부회장이 잇따라 언론을 통해 사무국을 비난하는 행위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A4지 3매 분량으로 작성된 해명자료에서 경총은 송 부회장이 경총을 비판한 7건에 대해 수위 높은 반박을 담았다.
송 부회장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둘러싼 논란부터 해명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관련된 사안은 경총 사무국과 함께 결정했다는 것이다. 송 부회장은 “당시 국회에서 논의하던 사안은 15개 대기업 중에 8개가 반대했고 지방 경총도 다 반대했다”며 “양대 노총과 의견을 함께 한 것처럼 보인 것은 국회에서 통과되는 법이 회원사의 이익에 맞지 않다고 보고 결정을 지연하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후 언론과 중소기업, 국회에서 비판을 받자 경총 사무국은 돌아서 (노동부 관료 출신인) 나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며 “비판을 감수하고 회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각계를 설득해야 하는데 한 번도 언론과 국회의 뜻과 다른 일을 해본 적 없는 사무국은 이를 포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부회장이 인사가 일부 임원에 의해 행해진다는 비판을 경총 사무국이 “오히려 송 부회장이 독단적으로 팀장인사를 했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경총 사무국의 감사규정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였고 제대로 된 감사도 없었다“며 ”이에 감사팀장을 임명해 산업안전과 보건과 관련된 감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총의 비민주적 절차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송 부회장은 “(4월) 취임 이후 회장단 회의가 세 번 있었는데 두 번은 언제, 누가 갔는지도 회원사들은 모른다”며 “심지어 두 번째 회의는 부회장인 나도 모르게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송 부회장은 “다음 달 3일 열리는 임시총회도 사실 ‘새로운 경총의 비전’을 발표하려고 제가 이사회로 잡은 일정이었다”며 “회원사들이 아닌 사무국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재의 경총은 갈수록 높아지는 (정부의) 경영계 압박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무국이 손 회장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고 힐난했다.
송 부회장은 내달 3일 임시총회 자리에서 회원사들에 그간의 일을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총의 주인은 회원사인데 사무국이 중심이 돼 회원사들이 현안에 무관심해졌다”며 “회원사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일할 것을 설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