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쑥쑥 크는 T커머스 시장, TV홈쇼핑 업계 돌파구 될까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8년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TV홈쇼핑 업계는 지난 몇 분기 동안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2014년까지 이어졌던 가파른 성장 기울기가 둔해지면서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커질 무렵, T커머스가 깜짝 성장을 견인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T커머스의 성장 한계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며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T커머스는 TV홈쇼핑 업계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까?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K쇼핑 T커머스 채널 화면 캡처. TV홈쇼핑과는 다르게 리모컨을 이용해 다른 상품 검색 및 주문·결재가 가능하다.K쇼핑 T커머스 채널 화면 캡처. TV홈쇼핑과는 다르게 리모컨을 이용해 다른 상품 검색 및 주문·결재가 가능하다.



1995년 개국 이래 TV홈쇼핑 업체들의 실적은 크게 세 차례 질적인 성장을 했다. 1차 성장은 2000년대 초 케이블TV 가입자 수가 급증한 것이 배경이었고, 2차 성장은 2000년대 중반 무형상품인 보험 판매를 시작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2010년대 초반에는 패션 상품 판매가 호황을 맞으면서 3차 성장을 이끌었다.

태동과 함께 치열하게 달려왔던 TV홈쇼핑 업계는 2013년부터 성장 기울기가 둔해지면서 ‘위기론’이 대두했다. 성장 기울기가 둔해진 원인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TV 시청자 감소, 유통 컨버전스 시대의 도래 등 구조적인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라는 고민이 깊어가고 있을 즈음, TV홈쇼핑 업체들은 T커머스에 주목했다. T커머스는 TV를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TV홈쇼핑과 유사했다. TV홈쇼핑 업체들은 관련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고 따라서 시장 진입도 쉬웠다. 2015년 7개 TV홈쇼핑 업체 중 5개 업체가 T커머스 사업을 시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5년 2,540억 원에 불과했던 T커머스 시장 취급고가 2017년 1조8,400억 원으로 급증하며 7배 넘는 성장을 기록했다.



◆ T커머스란?

T커머스는 TV와 Commerce(상업)의 합성어이다. T커머스는 ‘홈쇼핑+VOD+양방향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는 데이터홈쇼핑으로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을 합쳤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TV를 보며 쇼핑을 한다는 점에선 TV홈쇼핑과 비슷하지만, 소비자가 리모컨으로 상품 정보를 검색하고 주문 및 결재까지 한다는 점에선 인터넷 쇼핑에 가깝다.

구체적인 비교는 다음과 같다. 소비자가 TV에서 해당 채널을 선택했을 때 TV홈쇼핑은 광고 방송으로 일관하는 반면, T커머스는 처음엔 TV홈쇼핑과 비슷한 광고 방송을 보여주지만 10초 정도가 지나면 처음 화면이 줄어들면서 데이터 화면으로 이동한다. 소비자는 이 데이터 화면에서 조금 전 시청했던 상품의 상세 정보 검색은 물론 다른 상품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상품은 그 자리에서 리모컨을 통해 주문·결재까지 할 수 있다.

T커머스의 전자상거래 특성 때문에 TV홈쇼핑과 구별되는 점도 있다. TV홈쇼핑은 전체 TV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T커머스는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한 디지털 유료방송 가입자만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일반 아날로그 방송에선 T커머스 채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TV홈쇼핑이 주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데 반해 T커머스는 방송법 상 녹화방송으로만 진행된다는 점도 다른 부분이다.

◆ T커머스의 등장

T커머스는 2005년 방송위원회(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상품판매형 데이터방송 사업자’ 10곳을 선정하고 관련 내용을 정비해 시장이 마련됐다. 하지만 T커머스가 유통채널로서 기능하며 시장이 형성된 건 2010년 이후 IPTV가 빠르게 보급되면서부터였다. KT 자회사인 KTH가 2012년 우리나라 최초의 T커머스 채널 K쇼핑을 오픈했고, 2013년 태광그룹 계열사인 쇼핑엔티가 쇼핑엔티 채널을 론칭해 초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K쇼핑과 쇼핑엔티 두 채널이 2014년 800억 원 취급고(판매한 상품 총 금액)를 올리면서 T커머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나머지 8개 사업자도 2015년 순차적으로 T커머스 채널을 오픈했다. TV홈쇼핑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 중에선 롯데쇼핑이 2015년 3월 롯데OneTV 채널을 론칭하며 가장 민첩하게 움직였다. 2015년 12월 NS쇼핑이 NS shop+채널을 마지막으로 론칭하며 현재의 T커머스 10개 채널이 완성됐다.

시장 참여자들이 늘면서 T커머스 전체 취급고도 급격히 성장했다. 한국T커머스협회에 따르면, 2014년 800억 원 규모였던 T커머스 취급고는 10개 채널이 온전히 한 해를 운영한 2016년엔 9,980억 원으로 늘어났다. T커머스 취급고는 지난해 1조8,400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3조 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 겸영사업자 vs. 단독사업자

현재 T커머스 채널을 운영 중인 10개사는 TV홈쇼핑을 겸영하는 사업자 5곳과 T커머스만 운영하는 단독사업자 5곳으로 나뉜다. TV홈쇼핑 겸영사업자는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CJ오쇼핑, GS홈쇼핑, NS홈쇼핑이고, T커머스 단독사업자는 KTH, SK스토아, W쇼핑, 쇼핑엔티, 신세계티비쇼핑이다. TV홈쇼핑 겸영사업자 5곳은 국내 7개 TV홈쇼핑 업체들 가운데 홈앤쇼핑과 공영홈쇼핑 두 곳을 제외한 상위 5개 업체다.

TV홈쇼핑 겸영사업자들은 방송 인프라를 미리 구축하고 있었던 데다 운영 노하우까지 갖고 있어 2015년 채널 오픈 첫해부터 대부분 흑자를 기록했다. T커머스 단독사업자들은 큰 폭의 취급고 성장을 이뤘음에도 수익 면에선 현재까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T커머스 단독사업자 5개 업체는 지난해 1조1,150억 원 취급고를 기록하며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TV홈쇼핑 겸영사업자들의 7,250억 원보다 월등한 규모다. 하지만 단독사업자 1, 2위 업체인 KTH와 신세계티비쇼핑이 지난해 연간 기준 흑자전환에 실패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KTH와 신세계티비쇼핑은 T커머스 전체 사업자 중에서도 1, 2위에 랭크되어 있다.

◆ TV홈쇼핑 업체들의 저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부터 T커머스가 TV홈쇼핑 업체들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팽배해졌다. TV 유통채널에 상당한 데이터와 노하우를 축적해온 TV홈쇼핑 업체들이 T커머스 시장 성장에 따른 달콤한 과실을 과점할 것이란 예상이 배경이었다.

이 같은 예상은 T커머스 겸영 TV홈쇼핑 업체들의 실적에도 근거한다. 2014년 이후 성장 기울기가 완만해졌던 이들 TV홈쇼핑사들이 최근 의미 있는 실적 성장으로 화제가 됐다. 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CJ오쇼핑과 GS홈쇼핑은 지난해 2016년 대비 18.44%, 6.88% 성장한 3조7,438억 원, 3조9,220억 원 취급고를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견조한 성장을 이뤄 CJ오쇼핑, GS홈쇼핑 각각 25.50%, 11.80% 증가한 2,244억 원, 1,412억 원을 기록했다.


T커머스 단독사업자 1위 업체인 KTH와 TV홈쇼핑 겸영사업자 중 T커머스 부문 성과가 가장 눈에 띄는 CJ오쇼핑과의 비교를 보면 위 주장은 더욱 힘을 얻는다. 지난해 T커머스 업계 전체 취급고는 2016년 대비 83% 성장했다. KTH는 같은 기간 48% 성장해 시장 성장률에 미치지 못한 반면, CJ오쇼핑은 119% 성장해 시장 성장률을 훌쩍 뛰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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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성장동력으론 부족?



복수의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TV홈쇼핑 겸영사업자와 T커머스 단독사업자 간 T커머스 부문 성장률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에도 T커머스가 TV홈쇼핑 업체들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인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T커머스 취급고 성장이 곧 정체기를 맞을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지금까진 T커머스시장의 성장이 괜찮았습니다. 플랫폼이 계속 확장됐거든요. 그런데 플랫폼 확장 효과는 올해까지만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업 초창기엔 CJ헬로비전이라든지 올레TV 같은 제한된 곳에서만 T커머스 방송을 송출했는데, 요즘엔 웬만한 방송사업자들이 다 틀고 있으니까요. 더는 시청자 수가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인 거죠.”

T커머스 사업 영향이 홈쇼핑 업체들의 지난해 깜짝 실적 상승에서 과대평가됐다는 지적도 있다. T커머스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CJ오쇼핑조차 전체 취급액(3조7,438억 원)에서 T커머스 취급액(2,356억 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6.3%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말한다. “T커머스 사업이 TV홈쇼핑 업체들 전체 취급고 성장에 분명 영향을 끼치긴 했지만, 기존 사업에서도 취급고가 많이 올라왔습니다. TV홈쇼핑 업체들은 지난해 여행상품, 렌터카 같은 단가 높은 상품 판매를 많이 밀어붙였어요. 판매 상품 가격이 비싸지니까 취급고 역시 자연스레 늘었고요.”

신규 채널의 성장에 TV홈쇼핑 업계가 고무될 법도 하지만, 업체들 반응 역시 시장의 평가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T커머스는 기존 TV 사업을 보완하는 역할 정도만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래성장동력같이 거창하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결국은 TV를 매개로 한 사업이잖아요. TV를 시청하는 전체 인구가 늘면 모를까, 한계가 어느 정도 예상되는 사업이죠. 따라서 T커머스를 가지고 뭐 어떤 대단한 걸 하겠다기보단 시장 성장 수준 유지하면서 지켜보는 중입니다.”

◆ 대내외적 변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론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 T커머스이지만, 향후 정부의 8VSB 규제 철폐나 업체들의 콘텐츠 업그레이드 노력 여하에 따라선 전체 시장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8VSB(8-level Vestigial Sideband)는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가 셋톱박스 없이도 디지털방송 시청을 가능하게 해주는 디지털 지상파방송 전송기술이다. 2012년 지상파 방송사의 아날로그 방송 종료 후에도 절반가량의 케이블 가입자가 아날로그 방식 기기 사용을 고수해 이들의 디지털 전환을 돕기 위해 이 기술이 도입됐다.

문제는 현재 8VSB를 사용하는 케이블 방송에 T커머스 채널이 편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VSB를 사용해야 하는 기기는 T커머스의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으므로 T커머스 채널을 편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기술이 발전하면서 8VSB에서도 스마트폰을 활용한 양방향 서비스 구현이 가능해져 8VSB 규제가 철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게 되면 500만 가구가 추가로 T커머스 시장에 유입된다.

8VSB 규제 철폐가 외적인 변수라면 업체들의 콘텐츠 업그레이드 노력은 내적인 변수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레벨업 수준의 T커머스 성장을 위해선 채널의 시간당 매출이 현재보다 월등히 커져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콘텐츠로는 그런 질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요. 업체들이 콘텐츠 부문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 후에야 큰 성장이 뒤따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스기사 1>

◇TV홈쇼핑 겸영사업자들의 투 트랙 전략

TV홈쇼핑 겸영사업자들의 T커머스 채널 운영 방식은 단독사업자들과 다르다. T커머스 단독사업자들은 채널이 1개이기 때문에 기존 업체들이 TV홈쇼핑을 운영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T커머스 채널을 운영한다. 하지만 TV홈쇼핑 겸영사업자들은 2개 채널(기존에 운영하던 TV홈쇼핑 채널과 T커머스 채널)을 가지고 있어 각각 채널을 다르게 운영한다.

TV홈쇼핑 겸영사업자들의 2개 채널 운영 방식은 이렇다. 기존 TV홈쇼핑 채널에는 이전처럼 대규모 물량을 기대할 수 있는 큰 업체들 위주의 상품을 올리고, T커머스 채널에는 규모가 작은 업체들 위주의 상품을 올린다. TV홈쇼핑 채널은 TV를 시청하는 모든 가구가 대상인 만큼 상품 주문량이 많지만, T커머스 채널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T커머스 채널은 디지털 방송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하는데다 송출사업자별로 채널이 다르고 채널 번호도 20~40번대여서 시청률이 TV홈쇼핑 채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낮다.

TV홈쇼핑 겸영사업자들의 이 같은 전략은 중소기업체들이 부담 없이 TV홈쇼핑 업체들의 문을 두드리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TV홈쇼핑 채널을 타려면 몇천 개 상품을 따로 포장해 대기해야 하는 데다 반응이 좋지 못할 시 리스크도 크게 져야 하지만, T커머스 채널에 올리면 이 같은 부담이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TV홈쇼핑에 상품을 올리기 전 T커머스 채널을 통해 미리 소비자 반응을 체크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박스기사 2>

◇ T커머스 2강, KTH와 신세계티비쇼핑

KTH와 신세계티비쇼핑은 T커머스 사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업체들이다. 2017년 취급고는 각각 3,700억 원, 3,000억 원으로 10개 T커머스 업체 중 1, 2등을 차지했다. 이들은 지난해 자체 방송센터를 구축하는 등 T커머스 사업 기반 확충에도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KTH는 KT의 자회사로 ICT 전문기업인 만큼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에 주력한다. 신세계티비쇼핑은 신세계그룹의 유통 인프라를 활용한 시너지 창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신세계티비쇼핑은 거액의 송출 수수료를 내고 올레TV에서 한 자리 채널인 2번을 할당받아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김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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