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전쟁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슈퍼컴퓨터가 5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성능 1위 자리를 탈환했다.
26일(현지시간) 신화통신에 따르면 국제슈퍼컴퓨터학회(ISC)가 전날 발표한 글로벌 슈퍼컴퓨터 톱 500 순위에서 미국 에너지부 산하 오크리지 국립연구소가 보유한 ‘서밋’(Summit)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강력한 슈퍼컴퓨터 자리에 올랐다.
이론상 최대 207 페타플롭스(PetaFLOPS·초당 20경7,000조 차례)의 연산이 가능하다.
이것은 그간 최강 자리를 지켜온 중국 슈퍼컴퓨터 타이후즈광의 연산속도 125 페타플롭스(12경5,000조 차례)보다 2배 가량 빠른 것이라 볼 수 있다.
테니스장 2개 크기에 설치된 이 슈퍼컴퓨터는 세계 최초로 기계학습, 신경망 네트워크 등 인공지능 기술을 위해 설계된 모델로 4,608개 서버에 IBM의 22코어 파워9 프로세서가 9,000개, 엔비디아 테슬라 V100 GPU가 2만7,000개 장착돼 있다.
이로써 미국은 2013년 6월 이후 5년간 중국에 빼앗겼던 세계 최강 슈퍼컴퓨터 보유국 타이틀을 다시 차지하게 됐다.
ISC는 매년 6월과 11월 두 차례 전세계 슈퍼컴퓨터의 계산 속도와 전력 효율을 평가해 그 순위를 발표한다.
미국 에너지부가 보유한 또 다른 슈퍼컴퓨터 시에라(Sierra)는 125 페타플롭스로 3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또 전체 슈퍼컴퓨터 설치 성능의 38.2%를 차지해 중국의 29.1%를 제쳤다.
하지만 중국 슈퍼컴퓨터는 양적 경쟁에서 미국을 따돌리며 크게 앞서고 있다.
500강 슈퍼컴퓨터 가운데 중국 슈퍼컴퓨터는 지난해 11월 202대에서 206대로 늘어난 반면 미국 슈퍼컴퓨터는 144대에서 124대로 줄었다.
타이후즈광 외에도 중국의 또 다른 슈퍼컴퓨터 톈허-2호가 4위에 랭크됐을 정도로 중국 슈퍼컴퓨터는 여전히 무시 못 할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5위는 일본의 인공지능 전용 슈퍼컴퓨터 ‘ABCI’(AI Bridging Cloud Infrastructure)가 차지했다.
아울러 중국 레노버는 슈퍼컴퓨터 대수를 81대에서 119대로 늘리며 미국 휴렛팩커드를 따돌리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휴렛팩커드는 122개에서 79개로 줄었고 3위인 중국 인스퍼(Inspur)는 56개에서 68개로 증가했다.
슈퍼컴퓨터에 채택된 프로세서는 인텔이 가장 많았다. 인텔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시스템은 476개로 95.2%에 달했다.
치열한 미중의 최강 슈퍼컴퓨터 개발 경쟁은 최근 기술전쟁으로 양상이 바뀐 무역전쟁으로 미국이 계속 앞서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미국이 인텔에서 제조한 프로세서 등 핵심 부품의 중국 판매를 금지하면 중국 슈퍼컴퓨터 개발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