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그

정희성作 (1945~)

2715A38 시로여는22



저 벼락을 보았느냐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살던 그가

살았던 적이 없는 사람처럼 죽었다


저 꽃을 보았느냐, 결코 지지 않을 것처럼 붉던 꽃이 피었던 적이 없는 것처럼 졌다. 저 공룡을 보았느냐,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쿵쾅거리던 그들이 살았던 적이 없는 것처럼 사라졌다. 저 별을 보았느냐, 결코 꺼지지 않을 것처럼 밝던 별이 빛났던 적이 없는 것처럼 꺼졌다. 꽃이 열흘 붉고, 공룡이 삼백 년 살고, 별이 수억 년 빛난들 무한한 우주시간 속 모두 벼락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꽃은 피어서 꽃이었고, 공룡은 쿵쾅거려서 공룡이었고, 별은 빛나서 별이었다. 내일 가뭇없이 사라지더라도 우리는 오늘 더욱 우리가 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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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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