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보수는 감정이입과 공감능력이 부족했습니다.”
윤민재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연구교수는 26일 한국 보수의 위기 원인으로 ‘공감 정서의 부재’를 꼽고 극복 방안으로 국민의 관심사에 대한 학습과 이슈 선점을 주문했다. 윤 교수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보수 그라운드제로 토론회’에 참석해 “보수 세력이 타인에게 감정을 이입하려는 노력 없이 자기 이익에 봉사하는 데만 중점을 뒀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공감 부족은 ‘전근대적인 자기 정체성 확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윤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보수세력은 현 상태에 안주하고 그로부터 명예·부 등의 사적 이익을 더 추구해 대중으로부터 멀어졌다”며 “그 결과 자신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객관적 거울을 잃고 성찰의 부족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자기만의 언어로 상대방을 규정하고 준거 틀을 세우면서 자기 발전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지난 70여년간 자신들의 정체성을 북한·사회주의 등 외부세력에 대항하는 자세에서만 찾고 불평등·인권·차별·물질만능주의 등의 사회문제를 통해 자신들의 위치를 자리매김하려는 자세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보수세력은 권위주의 정권을 지나면서 나타난 문제를 치유하고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만 했다”며 “이런 가치로의 이전은 보수의 변절 혹은 기회주의 행태가 결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궤멸’ 수준으로 치달은 보수정당의 위기 극복 방안으로는 △국민의 관심사에 대한 공부 △지지율이 낮은 20~30대,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50대에 대한 관심 △이슈 선점·개발 △대국민 감정이입 등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의 실수나 정책 실패만을 기다리는 요행수는 답이 될 수 없는 만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이야기다. 윤 교수는 “상황을 능동적으로 개척해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상식의 정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