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분할합병 건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결권 자문회사들이 분석과정의 오류와 이해상충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자문 방법론 또한 검증이 되지 않는 ‘블랙박스’와 같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의결권 자문회사들의 신뢰부터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자본시장연구원은 의결권 자문회사의 과도한 영향력과 불투명한 분석틀이 시장을 교란하고 기업지배구조의 수준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홍선 자본연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의결권 자문은 압축적 태동기에 있다”며 “이해상충 내역을 공개하고 데이터 오류와 방법론을 시장이 납득할 수준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대신지배구조연구소·서스틴베스트 등 3곳이다. 일찌감치 시장을 키운 해외와 달리 국내 의결권 자문 시장은 지난 2012년 조성됐다. 이 때문에 국내 자문사가 축적한 기업 데이터가 부족해 담당자의 주관적 판단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는 일찌감치 제기됐다. 이에 반해 의결권 자문의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보수적 운용사인 보험사들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 위해 의결권 자문사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보험사 한 곳만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다. 이밖에 금융지주사 역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위한 내부 논의를 최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도 다음달 말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스튜어드십 코드 안건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부결될 가능성은 낮다. 국내 주요 의결권 자문사의 한 관계자는 “의안분석을 하는 평가 분석 대상 기업 숫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정책에 민감한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을 중심으로 의결권 자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결권 자문의 영향력은 향후 기업 지배구조의 내비게이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 최대 기관투자가인 블랙록이 주주총회에서 찬성 88.2%, 반대 80.3%를 보인 의안 모두 의결권 자문 회사인 ISS의 추천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국내도 현대모비스의 사례에서 보듯 지배구조 개편에 의결권 자문회사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의결권 자문회사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지만 독립성·전문성·투명성 등에 있어서는 의문이다. 자본연은 이해상충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행회사와 기관투자가를 동시에 고객으로 △자신이 컨설팅한 의안을 추천 △이사회 겸직 △서비스 끼워팔기 등이 이해상충으로 꼽혔다. 자본연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회사 중 ISS가 가장 심한 이해상충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분석의 오류도 문제다.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 4대 의결권 자문사의 올 초 직원 수는 약 200명 정도다. 특히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하는 인력은 회사당 2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글로벌 자문사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2016년 9월 기준 ISS는 900여명의 인원으로 115개 국가에 3만9,000건의 주총과 1,600개 기관을 담당한다. 송 연구위원은 “소수의 자문사가 대규모 업무를 처리하는 업의 특성상 의결권 자문사의 데이터 오류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인력과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자문 비용의 경직성도 문제로 꼽힌다. 질 좋은 보고서를 내려면 충분한 인력과 자본이 투입돼야 하는데 보고서당 가격이 글로벌 자문사가 정한 가격 위로 좀처럼 올라가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연은 베일에 싸인 의결권 자문 방법론이 의결권 자문회사의 불투명성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ISS의 경우 이사회 관련 담당자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인수합병(M&A)은 건별로 비밀주의를 지키고 있다. 의사결정과정이 불투명하고 일관성이 약하다고 자본연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