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억원 규모의 현지 건설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말레이시아 공기업 간부들에게 7억원 이상 뇌물을 바친 한국인 투자사 대표가 국제공조 수사로 구속기소됐다.
대검찰청과 부산지방검찰청 외사부(부장검사 조대호), 부산세관 조사국(국장 심재현)은 말레이시아 연방토지개발공사(FELDA) 사장 등 임원 3명에게 7억3,000만원가량의 뇌물을 공여하고, 10억원 상당의 재산을 호주로 빼돌린 최모 A투자사 대표 등 4명을 지난 26일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말레이시아 총리실에서 FELDA를 통해 추진한 수백 억원 규모의 철갑상어 양식장 건설 프로젝트 사업권을 따내려고 2013년 8월부터 2014년 7월까지 롤렉스 등 명품 시계와 현금 등 전방위적 뇌물 공세를 폈다. FELDA로부터 계약대금이 입금될 때마다 그 중 일부를 리베이트로 상납하는 방식이었다. 한국 은행에 FELDA 부사장 명의의 계좌를 개설한 후 수표를 입금하는가 하면, 해당 부사장이 직접 한국으로 와 돈을 출금하기도 했다.
최씨는 또 2014년 10월 허위수출계약서 등을 이용해 자본거래신고 없이 회사 자금 9억6,000만원을 말레이시아를 거쳐 호주로 빼돌린 혐의도 받는다. 홍콩에 설립한 법인 자금 175만 호주달러를 호주 내 저택 구입 명목으로 사용한 횡령 혐의도 적용됐다.
최씨 일당의 범행은 지난해 5월 호주연방경찰(AFP)이 호주 골드코스트 소재 카지노에서 최씨가 제포되면서 드러났다. 당시 최씨는 450만 호주달러(한화 37억원)를 소지하고 있었다. 호주법에는 10만 달러 이상 자금이 범죄수익이라 의심될 경우 소지인이 정당한 취득 경위를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할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 범죄수익환수 네트워크(Arin-AP)를 통해 AFP로부터 정보를 받은 한국 대검찰청은 최씨의 카카오톡 메시지 분석자료와 상세 거래내역 등을 AFP와 주고 받았다. 이 과정에서 최씨가 과거 상장법인 시세조종으로 구속되거나 국토해양부 공무원에게 뇌물을 바친 전력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최근 해외자금을 유치해 각종 투자사업을 추진한 정황도 확인됐다.
사건을 이첩받은 부산지검은 계좌·이메일 추적과 호주 현지출장은 물론 호주·말레이시아·홍콩등과 수 차례 공조를 한 끝에 최씨를 이달 7일 체포, 다음날 구속했다. 대검 관계자는 “앞으로도 말레이시아 수사당국과 뇌물 관련 수사정보를 공유해 국제적 부패 사범 근절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