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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한국-독일' 한반도가 이렇게 뜨거웠던 적이 얼마만인가

사진=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결국 두 차례 연속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에서 비로소 한국인 특유의 투혼을 발휘해 세계랭킹 1위 독일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축구대표팀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F조 마지막 경기 독일과의 일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김영권과 손흥민의 연속골이 터지면서 2-0으로 이겼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스웨덴(0-1패)과 멕시코(1-2패)에 2연패를 당한 뒤 독일을 꺾으면서 1승2패(승점 3·골득실0)를 기록해 독일(1승2패·골득실-2)과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에서 앞서 F조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신태용 감독은 반드시 2골차 이상으로 이기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아줘야 16강 진출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독일전을 맞아 익숙한 4-4-2 전술을 들고 나왔다.

최전방에는 독일 분데스리가 출신 손흥민과 구자철이 나섰고, 좌우 날개는 문선민과 이재성이 맡았다.

왼쪽 종아리 부상으로 결장하는 ‘캡틴’ 기성용의 빈자리는 장현수가 기용됐다. 설왕설래했던 주장 완장은 손흥민이 찼다.

장현수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보직을 바꾸면서 중앙 수비는 김영권-윤영선 조합이 나섰다. 좌우 풀백은 홍철과 이용이 출전해 환상적인 호흡을 보였고, 골키퍼 장갑은 여전히 조현우가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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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팀은 예상과 달리 초반부터 상대를 몰아쳤다. 첫 득점 기회는 전반 18분 찾아왔다. 페널티아크 전방에서 얻은 25m 거리의 프리킥 기회에서 정우영이 강력한 오른발 무회전 슈팅을 시도했다.

독일은 전반 39분 코너킥 상황에서 티모 베르너가 내준 볼을 마츠 훔멜스가 왼편에서 슈팅했고, 조현우가 온몸으로 막아내 실점을 피했다.

한국은 전반전 점유율 면에서 29%대 71%로 일방적 공세를 당했지만 골을 내주지 않고 전반을 마쳤다.

후반들어 한국은 구자철이 쓰러지면서 경기를 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황희찬이 대신 투입됐고, 독일도 후반 17분 토마스 뮐러를 투입해 골을 노렸다.

한국은 후반들어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독일을 상대로 공세를 이어나갔고, 후반 추가시간 득점포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

후반 48분 손흥민의 코너킥 상황에서 독일 수비수의 발을 맞고 흐른 볼이 골대 정면에 있던 김영권에게 이어졌고, 김영권은 정확한 슈팅으로 결승골을 뽑았다.

부심은 김영권의 오프사이드를 선언했지만, 비디오 판독(VAR)을 통해 득점으로 인정했다.


실점 후 독일은 노이어 골키퍼까지 공격에 가담하는 총공세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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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 틈을 이용해 후반 51분 길게 연결된 패스를 쫓아 달려간 손흥민이 텅 빈 골대에 침착하게 공을 밀어 넣으며 추가골을 꽂아 2-0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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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승리로 전국이 떠들썩했지만,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한국은 1승 2패로 스웨덴, 멕시코에 밀려 결국 16강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월드컵 이전 준비과정부터 문제는 쏟아져 나왔다. 축구협회는 월드컵 최종예선을 2경기 남긴 가운데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10월부터 2년8개월 동안 한국 대표팀을 이끌며 아시안컵 준우승을 이끌기도 했으나 최종예선에서 부진을 겪은 끝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축협은 소방수로 수석코치였던 신태용 감독을 선임했다. 신 감독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 2017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이끌며 각각 8강과 16강에 오르는 성적을 거뒀다. 급하게 선임된 신 감독은 남은 최종예선에서 2무를 거둬 팀을 월드컵 본선에 올려놨다.

그러나 준비기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홍명보 전 감독의 준비기간과 시간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새로운 전술을 입히기에는 선수들이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조별예선을 앞둔 가운데 치른 온두라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볼리비아,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대표팀은 1승1무2패를 기록했다. 특히 강팀으로 평가받는 보스니아에 1-3, 월드컵 출전국인 세네갈에 0-2로 완패하며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선수 선발과정에서도 아쉬움이 잇따랐다. 주전급 선수들이 줄지어 부상당하면서 최상의 전력을 짜기가 어려워졌다. 수비수로는 김민재와 김진수가 이탈했고, 미드필드·공격 라인에서는 권창훈, 이근호, 염기훈, 석현준이 명단에 들지 못했다.

더구나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 선발출전했던 박주호가 거리가 있는 크로스를 잡으려다 햄스트링 부상을 입어 27분만 뛴 채 월드컵을 마쳤고, 2차전에서 종아리 부상을 당한 기성용의 상태도 심각해 독일전에 출장하지 못했다. 악재라기에는 너무 큰 손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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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적인 실패도 팬들의 비판으로 이어졌다. 신 감독은 스웨덴전에 맞춤식 전술인 4-3-3을 들고 나왔으나 유효슈팅 하나 없이 0-1로 패하며 쓴맛을 봤다. 4-3-3은 평가전에서조차 실험한 적 없었던, 말 그대로 베일에 싸여 있었던 ‘트릭’이었다.

신 감독은 스웨덴의‘키 높이 축구’를 막기 위해 스트라이커 김신욱을 선발로 내세우고 좌우 날개에 손흥민과 황희찬을 배치했으나 스웨덴의 공세를 막기에 급급할 뿐, 공격전개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경기 내내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익숙한 4-4-2 포메이션을 낸 멕시코와의 경기는 지난 경기와 달리 활발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후반 45분 손흥민의 환상적인 득점으로까지 연결됐다. 1차전과 2차전의 전술에 따라 선수들의 움직임이 확연하게 달라지자 맞춤식 전술 실패’에 대한 비판이 또다시 터져나오기도 했다.

박지성은 이날 경기 후 “오늘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다만 오늘의 결과가 지금 대한민국 축구의 현실이다. 이제 한국 축구는 ‘보여주기 식’에서 벗어나 우리의 인프라와 노력을 점검해보고, 시스템부터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4년 후에도 이러한 패배는 거듭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하며 “선배로서 나 또한 책임감을 느끼고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축구인들의 바람과는 달리 인터넷상에서는 선수들은 물론 가족에게까지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기도 했다. 특히 선수 가족의 SNS에까지 악플을 남기는 바람에 가족들이 그만둬주기를 호소하거나 SNS를 탈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에 차범근 전 감독은 27일 칼럼을 통해 “왜 축구가 아닌 선수들의 인격을 짓밟고 희롱하냐. 그럴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며 “여러분 격려에 선수들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가가 촉촉해지면서 접혔던 꼬리를 바짝 세우고 이빨을 드러내며 싸울 준비를 마칠 수 있도록 댓글과 문자로 격려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김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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