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빛의 속도”로 트럼프 떠나는 참모들··백악관 엑소더스 어쩌나

WSJ, ‘군기 반장’ 켈리 실장 7월 중 사임보도

“트럼프, 내 조언 안 들어” 불만

‘강경파’ 매티스 장관도 “트럼프 일방주의 못 견뎌” 떠날 채비

틸러슨 전 장관에게는 트위터로 ‘해고통보’

지난 1년간 고위직 외교관직 60% 떠나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AP연합뉴스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AP연합뉴스



미국 백악관 내 군기반장 역할을 해온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사임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했던 참모진의 교체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진 교체는 너무 잦아 기록경신 수준인데다 그동안 대통령과 비슷한 코드를 갖고 있다며 야심차게 자리를 꿰찼던 엘리트들이 불화설을 겪으며 줄줄이 나가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과 함께 켈리 비서실장의 후임 인선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켈리 비서실장은 자신의 조언을 듣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에 불만을 가져왔으며 자신의 취임 1주년이 되는 다음 달 31일 이후까지 백악관에 남아 있을 생각이 없다고 말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NBC방송은 켈리 비서실장이 자신을 재앙으로부터 미국을 구하고 있는 ‘구원자’로 묘사하면서 백악관 참모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불렀다고 보도해 불화설에 쐐기를 박았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도 지난 18일 켈리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할 위기에 놓이더라도 개의치 않겠다는 자포자기의 심정을 주변에 피력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해 1월 새롭게 출범한 트럼프 대통령 내각에서 국토안보부 장관을 맡아오던 켈리 실장이 같은 해 8월 백악관 비서실장에 오르게 된 이유는 역설적으로 백악관 내 혼돈이 심각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미국 백악관 권력 암투의 진앙으로 꼽혀온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백악관 공보국장은 임명 열흘 만에 전격 해임됐다. 월스트리트 펀드 매니저 출신인 스카라무치가 자신의 백악관 입성을 견제해 온 라인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과 본격적으로 갈등을 표출했기 때문이다. 당시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켈리 비서실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스카라무치 국장을 해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스카라무치의 후임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의 오른팔로 꼽히는 호프 힉스(29) 전 국장이 임명됐고 그는 지난 3월 자신의 역할이 불만족스럽다며 백악관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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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EPA연합뉴스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EPA연합뉴스


하지만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으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켈리 실장마저 트럼프 대통령과는 코드가 안 맞았던 모양이다. 한 소식통은 “켈리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그를 잘 보좌할 수 없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CNN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트럼프 행정부를 떠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는 7월 11~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분담금을 줄이는 등 나토 흔들기에 나설 경우 수십년간 이어진 동맹국과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행정부에 미련을 두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25일(현지시간) N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정책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주무부처 수장의 의견을 건너뛰는 ‘매티스 패싱’ 기류가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NBC는 복수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최근 6개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에서 매티스 장관의 입지가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4성 장군 출신으로 해병대 지휘관 시절 별명이 ‘미친개’였을 정도로 강경파 인사인 매티스 장관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국무장관과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AP연합뉴스마이크 폼페이오(왼쪽) 국무장관과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진 교체사례는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경질하고 그 자리에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앉혔다. 볼턴은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돼 취임 22일 만에 사임한 마이클 플린과 맥매스터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세번째 국가안보보좌관이다. 북미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하며 최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4월 렉스 틸러슨 전 장관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장관 교체를 알려 틸러슨 전 장관을 몹시 당황하게 했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EPA연합뉴스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EPA연합뉴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지난 3월 사임한 게리 콘 전 백악관 국제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빼놓을 수 없는 백악관 엑소더스에서 인물이다. 콘은 트럼프 행정부 내 보호무역론자와 마찰을 빚었으며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에 결국 사임을 결정했다. 유대계인 콘은 지난해 8월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샬러츠빌 폭력사태’ 때 트럼프 대통령이 마치 이들을 두둔하는 듯한 양비론적 발언을 했을 때도 사임설이 흘러나온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앞줄 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게리 콘(앞줄 왼쪽) 전 백악관 국제경제위원회(NEC) 위원장/블룸버그도널드 트럼프(앞줄 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게리 콘(앞줄 왼쪽) 전 백악관 국제경제위원회(NEC) 위원장/블룸버그


지난 1월 인터넷매체 맥클래치가 미 외교협회 자료를 인용해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지난 1년간 고위직 외교관의 60%가량이 국무부를 떠났다고 보도했다. ‘아메리카 퍼스트’ 기치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이 힘에 의존한 고립주의 행태를 보이는 탓에 이에 실망한 대사·공사·참사급 직업외교관들이 대거 사직한 것이다. 앞서 존 필리 파나마 주재 미 대사는 지난해 말 백악관에 제출한 사직서에서 “내가 할 수 없는 게 있다면 사임하는 게 명예롭다는 가르침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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