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특보는 최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치관 통일뉴스 편집국장과 공동 저술한 대담집 ‘평화의 규칙’에서 이 같이 밝혔다. 북핵 문제에 대해선 “비핵화 전반은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우선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도 먼저 동결하고 해체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와 관련해 문 특보는 “논의가 마무리 되려면 남북미중 정상이 모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협정의 당사자를 남북미의 3자가 아닌 중국까지 포괄하는 4자 구도로 내다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조치에 나설 경우 앞으로 남북미 종전선언, 혹은 남북 상호불가침협정 재확인 및 북미 상호불가침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이후 기존의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체결하는 방안을 구상해왔다.
다만 문 특보는 “현 단계에서는 북핵 문제를 실질적으로, 단계별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잘 푸는 과정에 집중하자”며 “종잇조각에 불과한 조약과 협정보다는 평양을 비롯해 북한의 주요 도시에 맥도널드 햄버거 점포가 개설되고 스타벅스가 들어가고 미국과 일본, 유럽 관광객 수만 명이 북한을 여행하는 상태가 훨씬 더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담보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야 북한도 안전해지고 북미관계가 적대를 청산하고 양국수교까지 갈 수 있다”며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년 정도의 타임 테이블을 제시하면서 서두르는 데는 이런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북 국제 제재가 풀리기 전의 남북경제협력 방안과 관련해 문 특보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후 11월 남북총리회담에서 합의한 45개 사항이 있는데 그중에서 우리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저자인 홍 의원은 “유무상통 원칙에 따라 (2007년) 북쪽 지하자원과 남쪽 경공업 원자재를 교류해본 적이 있다”며 “(그런 식으로) 군사적 전용이 쉽지 않은 인도적이고 생활적인 물자들을 우선적으로 교류하는 건 유엔 제재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우리가 시도해볼 수 있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문 특보는 또한 “(남북미중 4자에 더해) 러시아와 일본이 참여한 6자회담을 만들어 동북아의 포괄적인 안보협력 체제를 만드는 것까지 생각을 넓혀볼 수 있다”며 “3자, 4자, 6자 정상회담으로 계속 가다 보면 동북아 평화와 안보를 논의하는 동북아 안보 정상회의 정례화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동북아판 나토(NATO)와 같은 집단안보체제를 구축하자는 현 정부의 장기적인 안보관과 맥이 닿아 있지만 미중 패권대결이 격화되는 이상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아울러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유럽을 방어하기 위해 만든 나토의 주축인 미국이 또 다른 지역인 동북아에서 러시아와 집단안보체제를 만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상충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따라서 6자 안보틀에 대한 문 특보의 구상은 아주 장기적인 측면에서 그려 본 아이디어 수준으로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