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전선이 전국에 막대한 비를 쏟아부으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다만 6년 만에 한반도를 강타할 것으로 생각됐던 태풍 ‘쁘라삐룬’은 동쪽으로 비켜가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주말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전남 보성군에서는 도로와 중학교 건물이 물에 잠기고 자택 뒷산에서 토사에 고립된 노인이 119에 의해 구조됐다. 시간당 57㎜의 비가 쏟아진 광주에서는 이날 오전 70대 노인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소방당국이 주변 수색을 벌이는 등 장마 피해가 이어졌다. 이날 저녁 10시 기준 하루 동안에만 서울 76㎜, 정선 135.5㎜, 서천 190.5㎜, 보성 219.5㎜, 산청 119.5㎜ 등 전국에 ‘물폭탄’이 쏟아졌다.
7월 첫 주말 나들이도 차질을 빚었다. 전국 13개 국립공원의 383개 탐방로가 입산 통제됐으며 김포와 울산공항에서는 항공기 18편이 결항해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날 폐막한 경남 김해 ‘수국정원축제’는 날씨 탓에 관람객이 뚝 끊겨 흥행에 실패했고 통영과 사천에서는 케이블카 운행이 주말 동안 중지됐다. 무더위에 인기를 끌었던 전국의 해수욕장도 장맛비에 피서객들을 찾아볼 수 없는 썰렁한 모습이었다.
다만 장맛비의 양을 크게 늘릴 것으로 우려된 태풍 쁘라삐룬은 한반도를 살짝 비켜가게 됐다. 기상청은 쁘라삐룬이 지난주 예상됐던 것보다 동쪽으로 치우치면서 충남 서산이나 여수 부근이 아닌 부산 인근을 3일 늦은 오후에 스쳐 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태풍은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진로의 오른편에 큰 피해를 준다. 쁘라삐룬의 이동으로 한반도 전역이 아닌 부산 일부 지역과 태풍 경로의 일본 방향만 위험반원에서 태풍의 영향을 받게 됐다. 큰 피해를 우려했던 영남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 셈이다.
여기에 더해 쁘라삐룬은 태풍의 길목인 제주도를 지나면서 강도가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태풍이 2일 오후 제주 먼바다에서부터 시작해 3일 오전 제주도 인근을 지나면서 강도가 ‘중’에서 ‘약’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태풍 중심 부근의 최대풍속이 초속 25~33m에서 17~25m로 약해진다는 뜻이다. 1일 오후10시 현재 쁘라삐룬은 일본 오키나와 남쪽 약 130㎞ 부근 해상에서 시속 20㎞의 속도로 제주도를 향해 북진 중이다.
문제는 장마와 태풍이 일으키는 상승 작용이다. 태풍은 우리나라를 비켜가지만 장마전선에 수증기를 공급해 더 많은 비를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2일 오후까지 서울·인천·경기도 일부 지역에는 시간당 50㎜ 이상의 폭우가 더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남·경남·부산을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대기태세를 유지하면서 태풍 피해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기상청은 “장마의 영향으로 최근 많은 비가 내려 지반이 약해졌기 때문에 산사태, 축대 붕괴, 저지대 침수 등 피해에 철저히 대비하고 하천과 계곡 물이 불어나 발생하는 사고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