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통계청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민간 경제 전문가들과 함께 ‘경기종합지수 전문가회의’를 열었다. 2013년 3월 시작한 ‘제11순환기’에 있는 우리 경제의 현 위치를 찾기 위한 자리였다. 경기 순환기는 ‘저점→고점→저점’을 한 주기로 하는데 아직 제11순환기의 정점은 확정하지 않았다. 경기 순환기는 1972년 제1순환기를 시작으로 해 짧게는 35개월(제7순환기), 길게는 63개월(제2순환기)을 기록하고 있다. 만약 고점을 지났다는 판단이 나온다면 최근의 경기침체를 정부가 공식화하는 셈이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1일 “고점을 이미 지났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의견이 우세했다”며 “경기 지표를 좀 더 지켜본 뒤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의 고위관계자도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경기판단을 바꾸지는 않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이런 논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본다. 수출과 고용·투자·소비 등 곳곳에서 경고음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대로 된 경기판단을 위한 작업을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는 “경기가 회복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의견을 내는 경제학자들은 다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이 크게 부진한 가운데 내수와 투자 회복이 지지부진하고 반도체 등의 생산도 조정을 받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경기침체 단계에 들어섰다고 본다”고 말했다. 5월 취업자 증가폭이 7만2,000명으로 고꾸라질 정도로 고용부터 소매판매(5월 -1.0%), 설비투자(-3.2%)가 좋지 않다. 6월 수출실적도 0.1%가량 줄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마저 지난해 3·4분기 이후 증가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강인수 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서경펠로) 역시 “낙수효과가 없어졌다고 하지만 그동안 성장을 뒷받침해준 게 수출인데 수출은 지금 속도대로 계속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 악재도 즐비하다. 주요2개국(G2)의 무역분쟁이 심화되고 있고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가 오르고 있다. 이인실 한국경제학회 차기 회장(서강대 교수)은 “미국과 중국의 분쟁은 세계 경제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패권 싸움이어서 어떤 결론이 나든 출혈이 심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탓에 민간연구소들은 경기의 후퇴를 넘어 ‘침체’에 방점을 찍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4분기 국내 경제 상황을 경기후퇴 국면에서 경기침체 국면으로 진입하는 과정으로 진단했다. 동행지수·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하강 흐름이 뚜렷하다는 점을 주목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3~5월 100.7을 기록한 후 계속 떨어져 올해 5월 99.7을 기록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지난해 7월 이후 1년 넘게 내리막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봐도 지난해 3·4분기 이후 경기가 계속 꺾여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준·빈난새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