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결혼생활 내내 칼에 찔리고 가스통으로 머리를 가격당하는 등 지속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아내는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살인죄로 기소된 김모(61)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3월 새벽 1시까지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귀가했다가, 연락도 없이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왔다며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는 등 폭력을 행사한 남편을 장식용 돌로 10여 차례 내리쳐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머리를 가격당해 누워있는 남편의 머리를 다시 수회 돌로 내리쳤다”며 “김씨가 검찰 진술에서도 분노감만 표현했을 뿐 공포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사회통념상 정당방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지속적인 가정폭력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상태인 김씨가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가 ‘남편을 두세 번 정도 때린 것으로 기억난다’고 진술한 점에 비춰보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봐 1·2심이 선고한 징역 4년을 그대로 유지했다.
유죄가 확정되자 김씨를 변호한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대표 이명숙 변호사)는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센터는 “호주 등 해외 입법사례처럼 지속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가족 구성원이 가해자를 살해할 경우 일정한 조건 하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