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2일 퇴임하는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 후임으로 김선수(사법연수원 17기) 법무법인 시민 대표변호사와 이동원(17기) 제주지방법원장, 노정희(19기) 법원도서관장이 임명 제청됐다. 이들은 법원 내 엘리트 코스로 꼽히는 법원행정처 출신이 아니어서 대법관 구성 다양화를 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법관·비서울대·진보·여성·호남 출신이 약진한 것도 이번 대법관 후보들의 특징이다.
대법원은 2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김 대표, 이 법원장, 노 관장을 신임 대법관 최종 후보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해 5·11월에 이어 대법관에 세 번째 도전하는 순수 재야 법조인이다. 27회 사법고시 수석 합격자면서도 판검사를 하지 않고 줄곧 노동·인권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몸담았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총장과 회장을 역임했으며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사법개혁비서관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장을 맡았다.
이 법원장은 27년간 판사의 길을 걸어온 정통 법관이다. 도산사건과 행정사건의 전문가로 꼽히며 법원 구성원들과의 친화력이 가장 큰 강점으로 평가된다.
지난 1990년 춘천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한 노 관장은 변호사 개업을 했다가 재임용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냈던 진보 성향 판사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기도 하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후보 압축에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이 있는 서울대 출신의 50대 남성 판사’라는 대법관의 정형을 깨려는 대법원장의 복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대법관 후보 3명은 김 대법원장과 마찬가지로 모두 행정처 경험이 없는 인물이다. 특히 김 대표가 임명되면 법관 경력이 전무한 사상 첫 대법관이 된다.
이 법원장과 노 관장이 서울대가 아닌 각각 고려대와 이화여대 출신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노 관장이 취임하게 되면 성별로는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역대 최다인 4명이 여성으로 채워진다. 지역적으로는 기존 김재형·박정화 대법관에 이어 전북 진안 출신인 김 대표와 광주 출신 노 관장이 더해져 호남 출신 대법관 수가 4명으로 늘어난다.
이 같은 변화 조짐은 올 초 취임한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제청 때부터 이미 예견됐다. 김 대법원장이 처음 지명한 두 대법관 모두 행정처 근무 경력이 없었고 건국대 출신의 안 대법관은 비서울대로, 민 대법관은 여성으로 각각 주목받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임명된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 들어 대법관으로 제청된 서울대 출신은 비법관인 김 대표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다.
대법원 관계자는 “김 대법원장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각별히 염두에 두고 후보를 임명 제청했다”고 말했다. 사회 정의 실현 및 국민 기본권 보장에 대한 의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대한 인식, 국민과 소통하고 봉사하는 자세, 도덕성,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능력, 전문적 법률지식 등을 고려했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