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북미 정상회담 이후 국내 증시의 내부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남북 경제협력 관련 논의가 증시 조정과 함께 한풀 꺾인 모습이다. 소강상태에 접어든 관련 정치 협상 소식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본질적으로 강대강의 전면전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는 주요2개국(G2) 무역전쟁 리스크의 영향이 컸다. 이에 주요 경협주의 주가 역시 지난 6월을 경계로 극심한 내홍을 반복해왔고 시장 일각에서는 전의 테마주 랠리와 다르지 않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 현재 남북 경협주에 대해서는 테마주를 넘어 한반도의 통일경제 시대에 대비한 중장기적 관점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감 완화와 남북 경협 시도의 본격화를 바라보는 주식 투자의 사전적 기대는 과거의 학습효과에 의거한 테마주 격 수혜주 찾기 시도로 시작됐다. 본질을 외면한 채 막연한 상상과 지나친 낙관에 기초한 투자는 한계가 있다. 반백 년이 넘는 분단의 세월만큼이나 남북 간 정치 및 경제적 통합 과정 역시 상당히 긴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혜를 가늠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감 완화와 남북 경협 시도의 본격화는 한국 증시의 중장기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갈 가능성 또한 높다.
첫째, 남북 화해 협력 시도의 궁극적 수혜는 개별 종목보다 시장 전체에 집중될 공산이 크다. 군사적·정치적 긴장감 완화에 기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개선 시도가 본격화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반도 내부에서 항구적 평화 기조가 고착화할 가능성은 국내외 투자자의 투자심리 변화를 통해 국내 증시의 할인율 개선에 일조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코스피 시가총액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경기민감 대형주에 통일의 꿈과 장기적인 북한 경제개발의 잠재 성장률이 더해진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간의 경기민감 대형주의 주가 경로는 국내외 경기 환경과 수출 성과가 좌우해왔다. 그러나 평화 기조의 안착과 화해 협력의 본격화로 한반도 전체를 무대로 하는 보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고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내부 추동력과 장기적인 잠재 성장률 개선이 보강됐다.
남북 경협은 최근 일련의 증시 부침을 보여줬지만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시대의 개막과 분명한 연결고리를 지닌 투자 대안으로, 또 장기적인 투자 유망 종목의 발굴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남북 접경 지역의 도시 개발부터 장기적으로 남북한을 연결하는 교통축과 신도시 구축 수혜가 기대되는 건설, 북한산 무연탄 도입의 확대와 러시아산 가스 배관 설치·공유 등 복합 수혜가 기대되는 유틸리티, 북한 내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가 수요 증가에 기폭제로 기능할 여지가 많은 철강, 남북 간 철도 복원과 동북아 물류 허브 구축에 연유한 구조적 성장 수혜가 기대되는 기계 등이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시대를 주도할 메가 트렌트의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