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2일 “EITC를 여러 차례 나눠주고 시기도 당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이 경우 지급 대상이 아닌데 받거나 더 많이 수령해 추후 환급할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EITC는 지난해 소득을 기준으로 자영업자가 종합소득을 신고하는 올해 5월 일괄 신청해 9월에 받는데, 소득이 적은 때(지난해)와 EITC 지급 시점(올해) 간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근로자들이라도 신청 시점을 연말정산(1~2월) 시기로 3개월 앞당겨 지급도 빨리 하거나 과거 지급액이나 예상소득을 토대로 아예 당해 지급하는 방식이 검토된다. 다만 이 경우 나중에 실제 수령액이 확정됐을 때 정부가 지급한 돈을 다시 환수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 행정절차가 복잡해지는 셈인데 오차를 최소화하려면 대상자의 재산·소득 파악 정확도를 높일 시스템 구축이 필수다. 지급 시기를 당길 수 있으면 여러 번 나눠주는 방안도 가능하다. EITC 제도에 능통한 한 전문가는 “지금은 나눠 줄 만한 돈이 안되지만 EITC 금액을 늘리면 분할 지급 효과가 더 크다”며 “정부는 분기마다 주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꾸준히 EITC 확대 기조를 이어왔다. 특히 지난 1·4분기 1분위(하위20%) 소득이 전년대비 줄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근로 유인을 강화하는 분배 대책을 위해 내년 예산과 세제 개편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히며 내년 EITC 대폭 강화를 예고했다. 지급액(가구당 최대 250만원)이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분할 지급이 가능해진 셈이다.
EITC 확대 방안으로는 지급 대상 조건인 부양가족 기준을 현재(70세)보다 낮추거나 소득 기준(단독 1,300만원, 맞벌이 2,500만원 미만)을 완화하고, 수령액 인상률을 지난해(10%)보다 두 배 이상 올리는 안 등이 거론된다. 지난해 세제 개편을 통해 최고 수령액이 가구당 23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올랐는데, 올해 300만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EITC 개편이 대대적으로 이뤄질 수 있지만 사안별로 반대의견도 있어 확정된 건 없다”고 설명했다. EITC 확대를 두고는 여야 모두 상당 부분 공감대를 이루고 있지만, 재정 측면에서는 EITC를 지나치게 늘릴 경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금은 세수가 풍족한 상황이지만 경기 침체로 전환해 기업 이익이 줄고, 세금도 덜 걷힐 경우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