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의 정확한 위치와 크기를 촬영한 영상을 증강현실(AR)로 구현해 환자 수술 시 활용하는 장치, 콘택트렌즈에 센서를 부착해 안압·포도당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녹내장 및 당뇨 환자의 눈 건강 관리에 도움을 주는 스마트 렌즈, 뇌파나 근전도 등의 생체정보를 머리에 장착한 디스플레이에 보여줌으로써 환자가 보다 효율적으로 재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의료기기….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바이오센서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된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속속 만들어지면서 공상과학영화(SF)에서나 나올 법한 첨단의료기기의 연구개발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AR이나 가상현실(VR) 기술이 적용된 기기나 소프트웨어 중 의료기기에 해당하는 제품에 대한 정의와 구분 기준 등을 담은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고 2일 밝혔다. VR은 컴퓨터로 특정 환경이나 상황을 가상으로 만들어주는 기술이며 AR은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세계에 가상 물체나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을 의미한다. 아직 국내에서는 VR·AR 기술을 적용한 의료기기가 허가된 사례는 없다.
식약처에 따르면 앞으로 허가가 날 수 있는 의료기기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촬영한 영상을 증강현실 기술이 가능한 컴퓨터에 입력해 환자 수술에 활용하는 기기 △뇌파·근전도 등 생체신호와 머리에 장착하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활용해 재활치료에 도움을 주는 기기 △CT 등 환자 개인의 영상정보를 이용해 치료 방법을 수립하거나 수술을 시뮬레이션 하는 제품 등이다.
다만 질병의 진단·치료·예방 목적이 아니라 의료인의 교육·훈련이나 일상적인 건강관리를 위해 제작되는 제품은 의료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정맥주사를 놓는 훈련 등 의료인 교육·훈련을 위한 제품 △기억력 훈련 등 일상생활에서 건강관리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제품 △가상 발표 연습을 통해 무대 공포를 없애거나 운동선수가 경기 직전에 느끼는 긴장감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제품 등은 의료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식약처는 최근 첨단기술이 접목된 제품들이 신속하게 허가될 수 있도록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의료기기 품목 6개를 신설하는 내용의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도 행정예고했다. 신설되는 품목은 △빅데이터와 바이오마커(특정 질환과 관련된 단백질 또는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통해 암 등을 예측하는 질환예후·예측검사소프트웨어 △망막을 촬영한 영상과 AI 기술로 당뇨병 망막증 등을 진단하는 망막진단시스템 △콘택트렌즈에 센서를 부착해 안압 등을 측정해 당뇨병·녹내장 환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스마트콘택트렌즈 등이다.
식약처는 첨단기술을 결합한 의료기기에 대한 규정과 가이드라인 등을 명확히 함에 따라 관련 제품들에 대한 연구개발 및 출시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식약처가 지난해 11월 의료용 빅데이터와 AI 기술이 적용된 소프트웨어의 정의와 구분 기준을 담은 의료기기 허가·심사가이드라인을 발간한 후 국내 업체인 뷰노가 올해 5월 신설 규정을 토대로 국내 첫 AI 의료기기인 ‘뷰노메드 본에이지’를 품목 허가 받은 바 있다. 식약처는 “앞으로 첨단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가 신속하게 허가될 수 있도록 의료기기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규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