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취임 후 처음으로 양대 노총 위원장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국회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에 대해 민주노총이 ‘개악’이라며 지난주 말 정부 출범 후 최대 규모의 시위를 하자 정책협조를 당부하기 위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노동계 떼법에 문 대통령이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민간위원으로 참석한 양대 노총 위원장을 만났다”고 밝혔다. 만남은 오후1시45분부터 20분간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노동계와 정부 간에 갈등이 있어도 대화의 틀은 유지해주기를 부탁한다”며 “정부의 노동존중 정책 방향은 흔들림이 없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말했다고 민주노총이 전했다. 또 “노동계와 정부 간에 의견 일치가 돼도 한국 사회 전체를 봐주기 바란다”며 “지방선거 이후 진행하려는 개혁에 속도를 조금 더 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그동안 노동계가 요구해온 것들을 종합해 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이번 최저임금 개정으로 노동존중,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1만원 정책 자체가 흔들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특히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특례 조항 등 문제 있는 조항은 반드시 재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측이 노조 등의 과반 동의 없이도 상여금 지급 주기를 변경하도록 허용한 것을 다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산적한 노동현안에 대해 대통령이 해결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 등의 해결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려달라”며 “ILO 협약 비준 준비와 함께 관련 법 개정 논의를 거쳐 정기국회에 제출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비판했다. 그는 “(홍 원내대표가)요즘 너무 심하다”며 “최저임금법 개정 때도 그랬고 지금도 탄력근로제 확대 등 예민한 사안에서 노동계를 자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곧바로 노정협의가 진행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해당 부처가 개정된 최저임금법에 대한 보완 대책을 세워가기 바란다”며 “쌍용차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인도 방문 계획이 있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8일부터 시작되는 인도 국빈 방문에서 쌍용차를 소유한 인도 마힌드라 측과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ILO 협약비준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요구를 문 대통령이 받아들이면서 이날 오후7시께 서울지방고용청에서 김 위원장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정협의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최저임금법 개정, 노사정 대화체 복귀 등 주요 현안을 논의했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고 대화는 20여분 만에 끝났다. 김 장관은 민주노총의 최저임금위원회·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복귀를 요청했지만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법 재개정 등 노동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노사정 대화 복귀는 무의미하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27일 최저임금위·노사정대표자회의에 모두 복귀하겠다고 밝혔지만 민주노총은 아직까지 복귀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14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정해야 한다.
/이태규기자 세종=이종혁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