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가 근로시간 단축 혐의로 고소·고발을 당해도 처벌은 받지 않을 것임을 고용노동부가 시사했다. ‘주 52시간’ 위반 6개월 처벌유예 대상에서 피고소·피고발인은 제외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사실상 번복한 것이다. 법정근로시간 등을 명시한 근로기준법 집행 주무부처가 노동시장에 일관되지 않은 신호를 보내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근로시간 단축 시행 후 첫 근무일인 지난 2일 서울 중구 한화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근로시간단축 위반 고소·고발 처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고소·고발 건과 관련해 법무부 등에 처벌유예를 요청할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장관끼리 만나서 얘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실무선에서 그런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장관의 이 같은 답변은 불과 사흘 전인 지난달 29일의 발언과는 확연히 다르다. 김 장관은 당시 “(계도 기간 ) 위법행위에 눈 감는 것은 아니다”라며 “근로감독 결과 법 위반 적발 시 현장감독을 강화하고 검찰에 고발하는 등 법적 처벌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고소·고발에 따른 처벌 가능성도 열어뒀다.
고용부가 6개월 처벌유예 대상에 피고소·피고발인도 사실상 포함하기로 입장을 바꾼 것은 사용자 우려 등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노조가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고소·고발을 남발할 수 있다는 사용자의 문제 제기 등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계도 기간 중에도 단속을 강화하고 처벌 역시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은 노동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한 발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경영계의 한 관계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미 처벌유예에 방점을 찍은 뒤 나온 김 장관의 당시 발언은 이례적이었다”며 “처벌유예 결정은 사용자 편들기라는 양대 노총의 비판을 감안한 언급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고용부의 일관성 없는 메시지로 인한 혼란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몫이라는 점이다. 주무 부처에서 시차를 두고 보여준 서로 다른 신호뿐 아니라 사회·경제부처·당정 등이 내놓는 각기 다른 목소리도 현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고용부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와 관련해 기재부와 입장 차를 보이고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것을 놓고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조치나 발언 하나가 노동시장에는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며 “노동시장이 받는 충격이야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혼란스럽게라도 안 해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부 고위관계자는 김 장관의 인터뷰 내용과 관련해 “행정부가 검찰 기소권에 관여하겠다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수사 지휘권을 가진 검찰이 근로감독관이 제출하는 준수 노력 등을 담은 수사 내용을 정상참작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