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종부세 개편] "공시가 현실화까지 맞물리면 부담 급증...거래 위축 이어질 것"

-서경펠로·전문가가 본 시장 영향은

"고가 다주택 보유자 퇴로 열어줘야" 지적

당장 시장 흔들 수준은 아냐 급매는 없을 듯

소형주택 과세특례 종료로 갭투자 감소 전망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종부세율을 동시에 올릴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투자 수요나 거래가 위축될 수는 있겠지만 집값이 급락하는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팀장)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3일 종합부동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종부세율을 동시에 올리는 방안을 정부에 최종 권고하자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예상한 수준이었다며 시장 흐름을 좌우할 만한 매머드급 변수는 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금 인상폭이 매물이 급증할 정도의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닌데다 상당수 다주택자들이 지난 4월 양도세 중과 이전에 매각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다만 현 정부가 앞으로 다주택자 등을 겨냥해 ‘공시지가 현실화’ 등의 추가 카드를 꺼낼 수도 있어 시장 위축에 따른 거래 절벽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서경 부동산 펠로)은 이날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종부세율의 동시 인상은 분명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 수준의 세금 인상 때문에 급하게 처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당장 집값이 급락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종훈 KB국민은행 세무팀장의 도움을 받아 시뮬레이션한 결과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85%일 때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4㎡와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119.93㎡ 등 총 두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가 물어야 할 보유세는 기존 1,664만원에서 2,129만원으로 27.9%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 반포동의 김시연(서경 부동산 펠로) 래미안114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른데다 연 500만원 내던 보유세를 1,000만원 낸다고 해 자산가들이나 다주택자들이 충격을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동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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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단계적으로 100%까지 오르고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 인상까지 맞물리게 되면 다주택자들의 종부세 부담이 훌쩍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100%일 때 아크로리버파크와 엘스 보유자의 경우 보유세 부담이 2022년 2,497만원으로 50% 급증한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아파트 실거래가 반영률은 70% 안팎이어서 장기적으로 이를 현실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원 세무팀장은 “세 부담의 증가는 올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한 계산”이라며 “향후 몇 년간 공시가격의 현실화까지 동시에 이뤄지면 종부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정부의 정책 목표에 비해 이번 개편안은 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크게 저항이 없거나, 있더라도 견딜 수 있을 정도라고 판단되면 지금보다 더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공시지가 현실화 등 여러 방안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앞으로 더 움츠러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번에 공개된 주택임대소득세 개편 권고안으로 소위 ‘갭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함 랩장은 “3주택자 이상 간주임대료 산정시 적용된 소형 주택 과세특례가 재정특위의 권고안대로 올해로 종료된다면 전세를 끼고 소형 주택을 여러 채 매입해왔던 갭투자가 감소할 수 있다”며 “소형 주택은 전세 공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고가주택 다주택자에 대한 퇴로를 열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의 주택은 임대주택 등록을 통해 세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주택은 처분 또는 증여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원 세무팀장은 “정책의 순서가 뒤바뀌면서 고가주택 다주택자의 퇴로가 막혔다”며 “이를 보완할 수 있게 임대주택 요건 완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동훈·이완기·이재명기자 hooni@sedaily.com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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