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어록으로 도배된 ‘시진핑 사상 열차’가 등장해 주목 받고 있다. 시진핑 1인 체제를 넘어 개인 숭배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지린성 성도인 창춘시에서 중국 공산당 창당 97주년 기념일인 지난 1일부터 지하철 객실 전체를 시 주석의 어록과 정치적 구호로 장식한 ‘시진핑 사상 열차’를 가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사상 열차 객실은 측면은 물론 윗면과 좌석이 모두 붉은색으로 장식됐으며, 곳곳에 노란색으로 시 주석의 주요 어록과 정치적 구호들을 써놓았다. 창춘시 정부는 이 열차에 대해 “시진핑 사상을 집약해 놓은 정신적 매뉴얼”이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작년 10월 중국 공산당 제19차 당 대회를 통해 공산당 총서기로 재선출된 데 이어 올해 3월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주석과 당 중앙군사위 주석에 재선임됨에 따라 당·정·군을 틀어쥔 1인 체제를 공고하게 다졌다. 특히 제13기 전인대에서는 국가주석의 3연임 제한 조항이 삭제된 헌법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시 주석은 마음만 먹으면 ‘종신집권’도 가능하게 됐다.
시 주석의 권력 공고화와 맞물려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즉 시진핑 사상의 지위도 격상됐다. 중국 공산당은 작년 10월 당대회를 열고 당장(당헌)을 개정해 “중국 공산당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 중요 사상, 과학발전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행동 지표로 삼는다”고 명기했다.
이후 중국 전역에서는 시진핑 사상을 전파하고 학습하려는 거대한 붐이 일고 있다. 당과 정부, 관영 매체들은 연일 시진핑 사상을 인용하고 있다. 또 각 도시의 거리와 건물에는 시진핑 사상의 핵심 문구를 적은 포스터들과 게시판이 생겨났다. 시진핑 사상을 소개하는 수많은 책자가 발간됐으며, 중국판 대입 수학능력시험인 가오카오의 논술(작문) 시험에서 시진핑 사상과 관련된 문제들이 다수 출제됐다.
역대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이념과 선전선동을 중시해 왔다. 하지만 최고 지도자의 특정 사상이 인민의 모든 생활 영역 속으로 파고들고 있는 것은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의 문화대혁명 이후에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너선 설리번 영국 노팅엄대 중국 정책 연구소장은 “매일 중국 관영 인민일보의 1면에 시 주석 관련 기사가 올라오고, 모든 연구소가 시진핑 사상 연구에 몰두하고, 지하철이 시진핑 어록으로 장식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신호”라면서 마오쩌둥 이후 중국에서 처음으로 개인숭배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