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치투자자 3인방이 4일 국내 산업 전반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최근 한없이 추락하고 있는 코스피 지수의 배경으로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꼽히고 있지만, 사실은 한국 경쟁력에 대한 의심의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반도체 분야 외에는 딱히 경쟁력 있는 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현실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날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에셋플러스 리치투게더 펀드 10주년 운용보고회’ 행사에 참석해 가치투자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나갔다.
허남권 대표는 “최근 우리나라 주가가 4주 동안 계속 빠지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를 무역분쟁 때문이라고 해석하지만 난 다르게 본다”며 “주력산업이 중국에 밀려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경쟁력에 대한 의심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싼 주가가 다시 회복되려면 좋은 기업이 생겨 가격 경쟁력이 생기든 북한과 경제협력이 시작돼 무역 돌파구가 생겨야 한다”고 했다.
이채원 대표도 “지금 전 세계는 블록화되고 있어 모든 국가가 자국을 보호하려고 한다”며 “대부분의 국가는 인구 8,000만명을 넘기 때문에 내수로도 큰 문제가 없다. 일본만 해도 수출보다는 내수 중심의 국가”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한국은 수출이 안되면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 국가이기 때문에 심히 우려가 된다”면서 “저렴한 한국 주가의 가장 큰 리스크는 산업구조의 취약성이다. 미국의 아마존이나 넷플릭스 정도의 기업이 없는 게 전반적으로 염려가 된다”고 부연했다. 한국 경제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데 반해 국내에는 전 세계 무대를 상대로 영향력을 가진 기업이 없는 상황이 증시 경쟁력 상실의 가장 큰 이유라는 얘기다. 강방천 회장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마찰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해결될 지 모르지만, 그 이후의 시장 상황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은 가치투자 측면에서 봤을 때 최근의 폭락한 시장은 가치주들을 저점 매수할 기회라고 평가했다. 허 대표는 “수출 환경이 악화되고 내수 상황도 좋지 않다. 실업률은 높아지고 금리·유가도 모두 오르는 등 호재는 없고 악재만 보인다”면서도 “이런 국면을 통해 악재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판단하며 지금이야 말로 가치 투자를 할 좋은 시기”라고 했다. 그는 “운용 펀드들의 주식 비중을 많이 늘리고 있다. 비싼 주식을 팔아서 싼 주식을 적극적으로 추가 매수 중”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 역시 “(주식을)꾸준히 매수하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현금을 들고가는 편이지만, 중소형 가치주 위주로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을 위주로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이런 때일수록 지수를 쫓는 패시브 펀드보다는 좋은 주식을 편입한 액티브 펀드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패시브 펀드는 시장 평균을 추구하지만 액티브펀드는 시장 평균 이상 기업에 투자한다”며 “많은 이들이 액티브 펀드 시장은 이제 끝이라고 말하지만 액티브 펀드는 하락장에서 다시 귀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시장이 오르면 당연히 평균이 오르고, 떨어지면 평균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면서 “평균이 있다는 건 평균 이상과 이하가 있다는 의미다. 액티브펀드는 평균 이상의 기업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그러면서 지난 10년간 이같은 신념을 지켜 고수익을 올린 리치투게더 펀드를 소개했다. 10주년을 맞은 에셋플러스의 코리아 리치투게더 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지난 1일 기준 156.87%를 기록했다. 글로벌·차이나리치투게더 역시 각각 208.77%와 129.62%를 기록했다. 모두 동일 유형 대비 상위 3~1%대에 들었다. 그는 “금융 수축기가 오면 평균을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보다 평균 이상의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액티브 펀드 투자가 더 적합하다”며 “또한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가 만들어가는 세상은 하드웨어 혁신, 플랫폼 혁신을 넘어 빅데이터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