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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로 영역 넓히는 금융투자]해외 대체투자 단순 중개 역할 그쳐 투자 분석, 리스크 관리 능력 키워야

인맥 통해 투자의향 확인, 전달

사업 초기 단기간만 반짝 업무 등

해외투자자에 좋은 점수 못받아

리스크 테이커 역할해야 생존 가능




올해 초 국내 3대 은행지주인 하나·NH·KB지주의 연합군과 증권사 1위인 미래에셋대우는 8,000억원 규모의 영종도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 개발 금융주선에서 대결을 벌였다. 결과는 하나·NH·KB 컨소시엄의 완승. 이들은 한국의 3대 은행지주가 뭉쳤다는 점을 내세워 미국 측 투자자인 인스파이어그룹을 사로잡았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에서 미래에셋그룹의 부동산 개발 능력은 높은 평가를 받지만 해외투자가의 눈은 냉정했다. 트랙레코드(운용실적)와 리스크 관리를 우선하는 해외투자가의 입장에서 국내 1위 투자은행(IB)인 미래에셋대우도 못 미더웠던 셈이다.

증권사들의 미래 성장 분야는 역시 해외 부동산과 인프라 등 대체투자 시장에 있다. 국내의 은행은 물론 해외 IB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외 투자 업계에서는 증권사가 자본규모로만 경쟁할 게 아니라 리스크테이커로 역할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공제회 가운데 가장 먼저 해외 대체투자에 뛰어든 교직원공제회의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에 대해 “투자 건 자체를 분석하지 못하고 일정한 수익률과 조건만 맞으면 기계적으로 기관투자가에 전달하는 단순 중개 역할에 그치고 있다”면서 “증권사의 수수료는 리스크에 대한 분석 능력을 통한 분산 능력인데 국내 증권사 중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는 주로 투자확약서를 받기 전 인맥을 통해 아는 기관투자가 담당자에게 투자 의향을 구두로 확인받아 전달하는 역할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일단 금융주선을 받은 후에는 인수한 지분을 투자자에게 셀다운(분산매도)할 때까지 단기간만 투자에 대해 책을 지고 수수료를 챙기는 정도다. 장기 투자가 대부분인 인프라 투자에서 초반에만 반짝 역할을 하는 데 그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대우 등 대체투자 분야의 국내 1위 증권사조차 부동산 가격 상승에 기댄 투자가 대부분이라는 박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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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투자 영역의 다수를 차지하는 부동산 금융 부문이 주요 증권사 IB 사업부 수수료 수익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는 필수적이다. NH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 등 3개 대형 증권사의 지난해 상반기 IB 수수료 수익의 경우 2,816억원 가운데 51%에 해당하는 1,437억원이 부동산 사업 부문에서 나왔다. 다만 부동산 금융의 다수를 차지한 국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은 최근 정부 규제 등으로 신규 택지의 공급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있다. 또 국내 부동산 투자자산은 한정돼 있는데 투자 의향 기관은 갈수록 늘어나 수익률 역시 감소하는 추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본은 점점 늘어나지만 국내에 투자할 곳이 없으니 수익성을 위해 해외 대체투자 시장에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능력은 없는데 경쟁만 치열하니 해외 대체투자 시장에서 한국 투자자가 일종의 ‘봉’이 되는 사례도 나온다. 지난해 한 글로벌 투자자 모임에서는 한국 투자자가 참여한 투자 건이 사상 최고의 투자 건으로 손꼽혔다. 투자자 입장에서 최고가 아니라 매도자 입장에서 더 없이 유리한 조건이었다는 소리다. 최근에는 한국 증권사가 투자자로 참여하지 않으면 입찰을 다시 붙이는 등 해외 대체투자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투자자로 손꼽힌다. 좋은 의미로는 과거에 투자 여력이 낮았던 한국이 조 단위의 투자까지 이끌 정도로 성장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로는 위험을 제대로 판단해 투자에 뛰어드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지급여력비율(RBC) 개정안으로 해외 인프라 투자 위험계수를 국내 수준으로 낮춰 기존 연기금·공제회·자산운용사 이외 대형 보험사들도 해외 인프라 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자기자본 투자로 기관투자가 역할을 하는 동시에 투자에 대한 분석과 위험 분산 역할을 맡아야 할 증권사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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