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계약을 통해 LG화학은 연간 7,000톤 규모의 수산화 리튬을 오는 2020년부터 5년간 공급받게 된다. 이는 한 번 충전으로 320㎞ 이상 달릴 수 있는 고성능 전기차 14만대에 설치되는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LG화학의 이번 공급 계약은 현재의 성과보다는 2~3년 앞으로 다가올 배터리 산업의 무한경쟁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구상한 ‘배터리 왕국’ 구상과도 맞물려 있다. 박 부회장은 지난 3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경우 보조금 지급이 끝나는 2020년부터는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시간을 두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이번 계약은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른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전기차 최대 시장은 중국이지만 현재 중국 정부는 인증받은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에 한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대부분 중국 기업이 만든 배터리로 한국은 물론 일본 기업이 만든 배터리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하지만 중국의 보조금 지급 정책은 2020년부터 사라지게 된다. 1년 6개월여 후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기술과 품질·가격을 앞세운 경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탄산 리튬’이 아닌 ‘수산화 리튬’ 공급처를 확보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배터리 양극재는 니켈이 코발트·망간 등과 결합해 전구체를 만들고 고온에서 리튬과 함께 녹여내어 합성시켜 만든다. 그런데 니켈은 너무 높은 온도에서는 리튬과 합성이 잘 안 돼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니켈과의 합성은 탄산 리튬(녹는점 723도)보다 녹는점이 낮은 수산화 리튬(462도)이 더 잘된다. 현재 한 번 충전으로 200~300㎞를 달리는 2세대 배터리에는 탄산 리튬으로 충분하지만 에너지 효율이 더 좋아야 하는 3세대 배터리에는 수산화 리튬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최근 배터리 제조업체에서 코발트 가격 급등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니켈의 함량을 높이고 있다. LG화학도 일반적인 NCM 622(니켈·코발트·망간 비중이 6:2:2인 양극재) 대신 NCM 712 등 하이니켈 양극재를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1~2년 후면 하이니켈 양극재가 대세가 될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니켈 비중이 높으면 효율은 좋아지지만 안정성이 문제가 된다”며 “LG화학이 수산화 리튬을 공급받기로 한 것은 안정적인 하이니켈 양극재 기술도 확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산화 리튬까지 확보하면서 2020년이 되면 LG화학은 배터리 주요 원재료 수급 체계도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LG화학은 세계 1위 코발트 생산업체인 중국의 화유코발트와 2020년까지 전구체·양극재 합작 생산법인을 설립하기로 했으며 지난해에는 황산니켈 생산업체인 켐코의 지분 10%를 확보하면서 원재료 공급처를 확보했다.
유지영 LG화학 재료사업부문장은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인 수산화 리튬 수급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며 “전기차 시장 확대에 발맞춰 안정적인 배터리 원재료 공급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