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사태와 관련한 모든 책임은 저와 경영진에 있습니다. 고객 여러분들과 국민들께, 그리고 직원들께도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020560) 기내식 대란 발생 나흘째인 4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기내식 사태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겠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다만 일각에서 그룹이 중국 하이난그룹으로부터 자금을 수혈할 목적으로 기내식 공급 업체를 무리하게 교체한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서는 “아시아나항공만을 보고 가장 유리한 계약조건을 선택했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오후5시에 열린 박 회장의 기자회견은 불과 2시간을 남겨놓고 공지될 정도로 급박하게 마련됐다. 지난 1일 발생한 기내식 공급 차질이 나흘째 이어지는 상황에 책임자로서 더 이상 공식 사과를 미룰 수 없다고 박 회장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좀 더 일찍 사죄를 드렸어야 하는데 중국에서의 외부일정 때문에 늦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박 회장은 먼저 2일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윤규석 화인씨에스 대표와 유가족에게 “계약 당사자 여부를 떠나서 무척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유족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화인씨에스는 금호아시아나와 3개월 단기 기내식 공급 계약을 맺은 샤프도앤코의 협력업체로 포장 업무를 맡았다. 박 회장은 “앞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협력회사(화인씨에스)의 육성에 나서겠다”면서 “이게 우리가 해나갈 도의적인 책임”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난 4일간 불편을 겪은 고객들에게 “미리 예측하고 대비책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5일부터는 모든 항공기에 기내식을 정상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회장은 “오늘은 기내식을 싣지 못한 항공기가 2편, 기내식으로 인한 지연이 2건으로 운영 측면에서 안정화되고 있다”면서 “샤프도앤코의 생산능력은 충분한 만큼 내일부터 완벽을 기하고 성수기에도 하루 3만식 이상의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업체로 중국 회사를 선정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박 회장은 “억울하다”고 거듭 항변했다. 중국 하이난그룹은 지난해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했고 이후 하이난그룹 계열사인 게이트고메가 아시아나항공의 새로운 기내식 납품업체가 됐다. 박 회장은 “기존 업체인 LSG와는 5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해 15년 동안 하기로 계약을 맺었고 올해 6월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됐다”면서 “새로운 계약 역시 철저히 아시아나항공의 관점에서 가장 좋은 계약조건을 제시한 게이트고메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이난그룹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것은 향후 중국과 한국에서 공동사업을 진행하자는 전략적 파트너십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무엇보다 현장에서 엄청난 고생을 겪은 직원들에게 미안하다”고 수차례 사과했다.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마련한 것 역시 성난 직원들을 달래려는 목적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 2,500여명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3개를 개설해 각종 항공법 위반사례 수집에 나섰다. 6일과 오는 8일에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박삼구 회장 갑질 및 비리 폭로’ 집회도 예정돼 있다. 박 회장은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며 “사태수습에 만전을 기한 후 향후 책임져야 할 부분은 책임지고, 고쳐야 할 부분은 고치고, 소통해야 할 부분은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맹준호·조민규·신다은기자 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