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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한달살기' 어디가 좋을까…'담백한 도시' 태국 치앙마이, '비밀의 천국' 파키스탄 훈자

<여행작가 박민우의 추천지 2곳>

치앙마이, 친절·안전…흠잡을 것 없어

톡톡 튀는 녹음 우거진 카페 매력적

훈자, 해발 2,400m…접근 어렵지만

하루 단돈 만원이면 숙식 해결 OK

여행작가 박민우 /사진제공=박민우여행작가 박민우 /사진제공=박민우



‘한 달 살기’ 여행을 떠나기로 했지만 어디로 갈지 정하지 못했다면 여행작가가 추천하는 여행지는 어떨까. 총 40여개국을 다니며 ‘1만시간 동안의 남미’ ‘1만시간 동안의 아시아’ ‘행복한 멈춤 Stay’ 등을 출간한 여행작가 박민우(사진)씨는 짧은 일정의 여행은 ‘보는’ 여행이지만 한 달 살기 여행은 ‘머무는’ 여행이라고 말한다.

“짧은 일정의 여행은 어디를 가서 보고, 사진을 찍고 돌아와요. 열심히 돌아다녀요. 영혼 없이. 마치 영업사원이 실적을 올리는 것처럼요. 한 달 살기 여행은 조급함이 사라져요. 가이드북에는 나오지 않는 골목, 동네 맛집, 마을의 시장을 찬찬히 살펴요. 점심을 든든히 먹고는 낮잠을 자고 묵혀뒀던 책을 무심히 펼치죠. 왜 한 달 살기를 원할까. 조급함이 아니라 여유를 원하는 거죠. 비싼 돈, 귀한 시간 들여서 여행을 온 거잖아요. 쫓기는 삶을 여행 와서까지 해야 하나 하는 회의감 때문에 ‘한 달 살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태국 치앙마이 풍경. 치앙마이에는 녹음이 우거진 카페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마당이 넓은 식당과 카페도 많다. /사진제공=박민우태국 치앙마이 풍경. 치앙마이에는 녹음이 우거진 카페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마당이 넓은 식당과 카페도 많다. /사진제공=박민우


박 작가가 꼽은 ‘한 달 살기’의 첫 번째 추천지는 태국 치앙마이다. 치앙마이는 태국의 두 번째 도시지만 인구가 14만명 정도로 적다. 이곳에는 장기체류하는 사람들이 많다. 창의적이고 녹음이 우거진 카페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물가 저렴하죠. 날씨 좋죠. 사람들 친절하죠. 안전하죠. 흠 잡기가 불가능한 도시예요. 자극적인 볼거리를 찾는다면 실망하실 수도 있어요. 언뜻 동남아시아의 흔한 도시처럼 보이거든요. 하지만 머물수록 치앙마이 만한 곳이 없다는 걸 알게 돼요.”


그가 추천하는 대로 치앙마이 올드타운 내에 있는 사원들을 찬찬히 돌아보고, 노스게이트 재즈바에서 재즈를 듣고, 주말 야시장에서 귀여운 셔츠를 사고, 자전거로 도시를 돌아보자. 여행자가 많지만 한 푼이라도 더 뜯어가려는 장사치가 드물다는 것도 장점이다. 좋은 호텔에도 과감히 묵을 수 있다. 5성급 호텔 중에도 잘 찾아보면 10만원 선에서 1박이 가능한 곳이 있다. 호텔 식당, 카페도 그다지 비싸지 않은 만큼 “그런 곳들만 돌아다녀도 본전을 뽑는다”는 것이 박 작가의 말이다. “오래 머물면 단골이 되고 반복되는 일상이 생겨요. 단골 빵집에 갔다가 마사지를 받고 오후에는 단골 카페에서 책을 읽는 일상 말이에요. 그 일상을 기다리고, 누리고, 자기만의 방으로 돌아와요. 수영장으로 책을 들고 나가요. 한국에서는 비싸기만 한 망고와 망고스틴을 하나씩 하나씩 먹으면서 책을 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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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있는 경우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치앙마이에는 마당이 있는 식당과 카페가 많다. 한국에서는 쉽게 찾기 힘든 마당 있는 식당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다. “태국 사람들은 아이를 끔찍이도 예뻐합니다. 아이들 때문에 현지인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어요. 치앙마이 주변에 근사한 리조트도 추천합니다. 자연을 벗 삼아 아이와 천국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죠.”

지상 최후의 낙원이라 불리는 파키스탄 훈자 전경. 해발 고도 2,400m에 위치한 훈자는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주변은 약 7,000m 높이의 산들이 둘러싸고 있다. /사진제공=박민우지상 최후의 낙원이라 불리는 파키스탄 훈자 전경. 해발 고도 2,400m에 위치한 훈자는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주변은 약 7,000m 높이의 산들이 둘러싸고 있다. /사진제공=박민우


그의 또 다른 추천 여행지는 파키스탄의 훈자다. 파키스탄은 쉽게 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초청장에 여행계획까지 다 준비해 가야 비자가 나오는 만큼 과정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곳에는 지상 최후의 낙원으로 불리는 훈자가 있다. 해발 고도 2,400m에 위치한 훈자는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주변은 약 7,000m 높이의 산들이 둘러싸고 있다. ‘거대한 병풍에 숨은, 비밀의 천국’이다. “물가도 저렴합니다. 하루에 1만 원이면 먹고 잘 수 있어요. 훨씬 더 유명해져야 하고 훨씬 비싼 값을 받아야 할 풍경이에요. 정세가 불안하고 너무 가기 힘들어서 여행자들이 주저해요. 굽이굽이 절벽을 스무 시간 버스로 이동하거든요. 그런 이유로 말도 못하게 저렴합니다. 용기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싼 비용으로 천국의 풍경을 누릴 수 있어요.” 박 작가는 특히 5월부터 8월 사이에 훈자에 갈 것을 권한다. 가을이 겨울처럼 춥고 봄도 겨울 같은 만큼 따뜻한 계절에 느긋하게 보내고 오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게 이유다.

박 작가는 한 달 살기 여행을 ‘가성비 최고의 쾌락’이라고 말한다. “낯선 냄새, 낯선 소음, 낯선 사람들. 모든 게 처음입니다. 아이가 되는 거죠. 아이가 돼서는 새로운 자극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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