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토요워치] 경쟁에 지쳐…자아를 찾아…새로운 삶의 방식 된 '주니어 노마드'

<'제2의 인생' 찾아 나선 청춘들>

"이방인으로 살며 나를 돌아봐

시야 넓히고 또 다른 동력 얻어"

/이미지투데이/이미지투데이



전재현(27)씨는 4년 전 ‘내가 살고 싶은 나라에서 살아보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독일 베를린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전씨는 40일간 독일어를 공부하며 드레스덴·뮌헨, 오스트리아 등 근교 도시와 국가를 여행했다. 한국에서는 일상에 치여 늘 후순위였던 오케스트라 공연이나 미술관 관람 등 문화생활에도 푹 빠졌다. 베를린 돔 앞에서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를 들으며 노을을 감상하는 것이 하루의 낙이 됐다. 그는 독일에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이 많고 스스로 올해 살 곳을 정하며 옮겨 다니는 것도 하나의 삶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실감했다.

‘제2의 인생’은 더 이상 은퇴 후로 미뤄두는 과제가 아니다. 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았다”고 고백한 ‘주니어노마드(어린 유목민)’들은 20대 중후반의 나이였다. 이들은 대학 졸업을 전후해 외국에서 한 달 이상 장기간 머물며 새로운 자아를 발견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유진(25)씨는 한국 생활에 지쳐 ‘살아보기’를 택한 경우다. 간호사로 취업한 뒤 하루 평균 13~14시간 동안 일하며 몸과 마음이 모두 ‘번아웃(탈진)’ 상태에 빠졌던 김씨는 지난 2015년 ‘환경을 바꾸면 시야나 생각이 트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방글라데시로 떠났다. 그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오후2시에 퇴근해 바닷가를 산책하면서 “나는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라고 생각했고 “좁은 시야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았던 다른 선택지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후에도 베트남·미국을 거쳐 호주에서 기약 없는 ‘살아보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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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로 살았던 경험은 일상으로 돌아온 뒤의 마음가짐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본에서 반년간 생활한 뒤 현재 서울의 한 자산운용회사에서 일하는 정가림(26)씨는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누가 뭘 했더라’처럼 남과 비교하던 것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생각됐다”며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 순간 바로 그만둘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자라면서 경쟁만 했기 때문에 스스로 정말 좋아하는 것이 뭔지 고민해볼 틈도 없이 타인을 쫓아가기에만 바빴던 정씨는 취직 전 떠난 일본에서 자신을 돌아볼 여유와 함께 자아를 찾았다고 한다.

노마드들은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무조건 떠날 것”이라고 말한다. 한번 떠나본 경험이 이들에게 언제든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것이다. 이방인으로 살았던 시간은 일상의 또 다른 동력이 됐다. 노마드는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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