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별거 중인 술중독 남편 보살핀 외국인... 법원 “체류연장 불허 부당”

주벽이 있던 한국인 남편과 10년간 별거하면서도 주기적으로 남편을 방문하고 생활비도 챙겨준 외국인 아내에 대해 국내 체류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김선영 판사는 몽골인 A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체류 기간 연장 불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01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시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를 얻었다가 유산하기도 하는 등 5년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했다. 그러나 평소 과도한 음주로 ‘만성 알코올 중독’ 상태에 있었던 남편이 2006년 별거를 요구하면서 떨어져 살기 시작했다. A씨는 이후 한두 달 간격으로 남편의 집을 찾아가 보살폈고 때로는 생활비를 건네기도 했다.


남편은 2017년 4월 지병으로 사망했는데, A씨는 이를 약 한 달이 지난 2017년 5월에야 알게 됐다. 이를 두고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같은 해 11월 ‘배우자와 장기간 동거하지 않았고, 배우자의 사망 사실을 알지 못하는 등 혼인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사유를 들어 체류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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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이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부부간에 혼인관계가 유지되는 모습은 다양할 수 있으므로 동거하지 않거나 연락을 자주 못 하거나 중한 질병에 걸린 배우자를 바로 옆에서 간호하지 않는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혼인관계의 진정성이 없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원고가 망인의 요구로 2007년경부터 별거하였으나 그 기간 중에도 주기적으로 망인을 방문해 돌보고 경제적 도움을 주었으며 망인 역시 사망 당시까지 원고와의 혼인관계를 유지하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바, 원고와 망인은 진정한 혼인관계를 유지하여 왔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설령 별거 이후 서서히 둘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됐다고 보더라도 그 귀책사유는 남편에게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는 출입국관리법상 체류 기간 연장을 허가할 조건인 ‘국민인 배우자와 혼인한 상태로 그 배우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또는 적어도 상대 배우자의 주된 귀책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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