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종부세 개편안 확정 시장 반응은]"똘똘한 한채 값 더 뛸 것" 강남권 매물 거둬 들이고 호가도 올려

매수세 강남 집중...지방·외곽지역은 계약취소 '양극화'

고액 자산가들 증여·임대사업자 등록 문의도 줄이어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공개 이후 첫 주말인 8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시세표가 게시돼 있다.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 공개를 전후해 서울 강남권 아파트에 대한 매수세가 다시 일고 있다.  /연합뉴스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공개 이후 첫 주말인 8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시세표가 게시돼 있다.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 공개를 전후해 서울 강남권 아파트에 대한 매수세가 다시 일고 있다. /연합뉴스






“며칠 전 은마아파트 전용 76㎡를 14억8,000만원에 사려고 매수자가 도장까지 들고 왔는데 집주인이 갑자기 14억9,000만원은 받아야 한다고 마음을 바꿔 거래가 무산됐어요. 지금은 다시 호가를 15억원으로 올려 내놓았습니다.” (대치동 서울공인 대표)

‘보유세 쇼크’라는 말까지 나오며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켜온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베일을 벗으면서 서울 강남권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보유세가 3주택자와 초고가주택 소유자를 정조준한 가운데 대다수 납세자인 26억원 이하 1주택자의 부담은 크게 늘리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아직 거래절벽이 사라질 만큼 본격적인 손바뀜이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매수세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 서울 강남을 비롯한 지방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본 결과 똘똘한 한 채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매도자들이 호가를 높이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최근 14억9,000만원에 매물로 나왔지만 매도자가 마음을 바꿔 거둬들였다. 박기서 서울공인 대표는 “지난 1월 최고가였던 16억원 선까지는 아니지만 15억원대는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파구 잠실 일대의 분위기도 지난달과는 달라졌다. 잠실 L공인 관계자는 “일주일 전부터 매수 문의가 늘더니 최근 며칠 실제 집을 보러 온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며 “급매물은 이미 대부분 팔린 상태고 최근에는 리센츠 전용 84㎡가 16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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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둔촌동은 지난달 둔촌푸르지오 전용 84㎡가 9억1,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한 후 호가가 급상승하고 있는 곳이다. 둔촌동 진흥공인중개의 한 관계자는 “9억5,000만원 호가에도 계속 매수 문의가 있다 보니 이제는 10억원에 팔겠다는 집주인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매수세는 실거래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진흥공인중개 관계자는 “푸르지오 전용 84㎡ 앞동 남향 10층 이상 물건 두 건이 실제 9억5,000만원에 거래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매수세가 강남 같은 똘똘한 한 채가 집중된 지역으로만 몰리면서 외곽이나 지방의 인기는 더욱 떨어지는 양극화 현상 조짐이 포착되기도 했다. 비인기 지역에서는 보유세가 윤곽을 드러낸 직후 계약이 취소되는 사례도 속출했다. 부산에서 가장 시세가 높은 주상복합이 위치한 마린시티에서도 수요가 안전자산인 강남 부동산으로 쏠리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이 같은 사례가 나왔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베스트부동산의 한 관계자는 “재정특위 권고안이 처음 나오자마자 실제 우리 부동산에서만 매매 가계약을 했다가 계약을 포기하겠다고 취소한 사례가 3건”이라고 밝혔다. 서울 도봉구 창동의 백낙원 신원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지난해 8·2부동산대책이 나온 뒤 강남은 오히려 5억~6억원 오른 단지가 있는가 하면 여기는 기껏해야 2,000만~3,000만원이 올랐다”면서 “이번 정책도 그렇고 집값 양극화를 부추기는 정책이 계속 나오니 주민들이 ‘화병 날 지경’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액 자산가들은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증여, 임대사업자 등록 등 대안을 꼼꼼히 살피는 분위기였다. 양희관 우리은행 부동산컨설턴트는 “상담 고객들에게 압구정 현대아파트처럼 정말 괜찮은 단지라고 하면 팔기보다 증여 쪽으로 권해드리고 있다”면서 “실제로 고객들도 어차피 증여하려던 물건이 있었다면 보유세가 오르는 만큼 미리 해버리려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양 컨설턴트는 “보유세를 줄이기 위한 부부 공동명의 얘기도 많이 나오지만 강남의 경우 한 채를 쪼개도 6억원을 넘는 데가 많아 별로 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임대사업자 등록의 경우 수도권 공시가격 6억원 이상 단지만 절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20평대 아파트도 13억원에 달하는 강남권에서는 ‘그림의 떡’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또 종부세 인상은 미미한데 억대 비용이 발생하는 증여에 섣불리 나서기도 부담스럽다는 이들이 많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뚜껑을 열어보니 고가주택 보유자라도 1주택자라면 세 부담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반짝 거래가 이뤄질 수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1~2월만큼 활발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일부 주택자들의 종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한 임대주택 등록이나 자녀 증여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원·이재명기자 joowonmail@sedaily.com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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