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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Market] 반세기 암과의 전쟁, 승자는 누가 될까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아직까진 암세포 정체규명 수준

잇단 기술발전·기초과학투자로

머잖아 암 완전정복 가능해질 것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지난달 초 미국 시카고에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가 열렸다. 매년 개최되는 이 학회에서는 암(종양)과 관련한 중요한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고 다양한 정책·사회적 이슈를 논의한다. 올해는 우리나라 제약회사 관계자와 연구원들도 수백명 참석했다. 특히 유한양행이 개발 중인 폐암 치료제는 이번 학회에서 ‘주목할 만한 뉴스’로 뽑혀 임상시험을 담당했던 조병철 연세대 의대 교수가 특별 인터뷰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암은 오래전부터 인류를 위협해온 질병이지만 본격적인 치료제가 등장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만큼 원인을 밝혀내기가 어렵고 치료도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주요 사망원인으로 암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것도 아직 인류가 암을 정복하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대변한다.

지난 1971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암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당시 ‘국가암법(National Cancer Acr)’까지 제정했으니 올해로 48년째 암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미국은 앞서 1937년 국립암연구소(NCI)를 설립하고 국가 예산을 대대적으로 투입하며 암 정복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이 2000년에서야 국립암센터법을 만들고 2001년부터 운영에 들어갔다는 점에 비춰 보면 미국이 얼마나 일찍 암을 사회적인 문제로 여기고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는지 알 수 있다.


닉슨 대통령은 당시 국립암연구소를 컨트롤타워로 삼아 3년 동안 15억달러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1976년에는 암 정복에 대한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겠다며 자신만만한 계획까지 발표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인류가 암으로 고통받고 조기에 생명을 마감하는 것을 감안하면 당시 계획은 허황되고 순진하기만 했다. 하지만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미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감안하면 일견 당시의 자신감이 어느 정도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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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치료하는 항암제의 역사는 1990년까지만 해도 화학항암제가 유일한 대안이었다. 1세대 화학항암제는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부작용이 심하고 2세대 표적항암제는 내성 문제가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3세대 면역항암제는 효능과 안전성에서 가장 앞선 암 치료제로 꼽힌다. 임상시험 과정에서 애초 목표로 하지 않았던 다른 암에서까지 효능을 나타낸다는 점도 면역항암제의 장점이다. 이어 1990년대 후반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과 대장암 치료제 ‘아바스틴’ 같은 항체 기반 항암제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비슷한 시기 암세포만 집중적으로 공격해 화학항암제의 단점을 줄인 표적항암제가 시장에 등장했다.

2011년 출시된 면역항암제 ‘여보이’는 항암제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었다. 약이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면역체계를 강화시켜 자연스럽게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시대가 등장한 것이다. 2014년에는 ‘옵디보’까지 일본에서 세계 최초로 시판에 들어가며 면역항암제 경쟁에 붙을 지폈다. 현재까지 출시된 면역항암제는 5종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노바티스가 ‘킴리아’라는 항암제를 선보여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킴리아는 넓은 의미에서 면역항암제로 볼 수 있지만 환자 내의 면역세포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암세포를 죽이게 한다는 점에서 차세대 항암제인 ‘카티(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세포 치료제’로도 불린다. 가격이 5억원에 달하지만 백혈병을 거의 완치하는 효능을 갖춰 의료계를 놀라게 했다.

인류는 반세기 동안 암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제야 암세포의 정체를 겨우 규명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혁신적인 치료제가 연일 나오고 있음에도 여전히 암은 선진국 기준으로 전체 사망원인의 30%를 차지한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바이오 기술 발전과 공공 부문의 기초과학연구 투자는 머잖아 암 정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겨준다. 향후 10년 내 암의 위상이 감기 같은 질병으로 떨어지기를 고대해본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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